LG그룹과 CJ그룹 간 협력관계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각각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에 강점을 가진 두 기업 간 협업이 시너지를 내면서 파괴력도 상당하다는 평가다.
3일 두 그룹에 따르면 CJ파워캐스트와 LG전자는 이달 중 디지털 사이니지를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리모델링 사업에 공급한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3월 시작한 이 사업은 총 2000여억원이 투입되며, 이달 말 완공되면 코엑스몰은 기존 쇼핑 중심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양 사가 코엑스몰에 설치하는 디지털 사이니지는 광고 사업권을 따낸 CJ파워캐스트가 구축한 솔루션을 LG전자 사이니지가 구현하는 형태다. 50인치대 풀HD(1920×1080)부터 80인치 이상 4K 초고화질(UHD, 3840×2160)까지 다양하며, 정보 전달부터 콘텐츠 상영까지 방문객에게 여러 경험을 선사한다. 현상필 CJ파워캐스트 대표는 “디지털 사이니지 활용으로 광고 효과뿐만 아니라 코엑스몰의 가치도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CJ E&M도 LG 협업의 한 축이다. LG전자가 강조하는 3차원(3D)·울트라HD(UHD) TV 사업에 CJ 콘텐츠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주력채널 Mnet과 tvN의 ‘엠 카운트다운’, ‘응답하라 1997’을 각각 3D·2D 4K로 제작해 LG전자에 공급했으며, LG전자는 마케팅과 자체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로 고객에 제공한다. 상업용 사이니지에도 CJ E&M이 보유한 영화·드라마 등의 예고편은 최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처럼 두 그룹 간 협력의 열쇠는 ‘콘텐츠’다. HW의 LG와 SW CJ의 만남이 서로에게 부족한 면을 채워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LG디스플레이 등 그룹 전반의 신수종 사업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내건 LG와 이를 기반으로 B2B 콘텐츠, 사이니지 솔루션 사업을 확장하려는 CJ의 전략이 맞아 떨어진 결과다.
협력 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CJ파워캐스트가 콘텐츠 경쟁력을 바탕으로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LG그룹관 영상 제작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와 올해 CES의 LG전자 영상을 연이어 수주했으며, 21대 9 모니터, 조명 사업 등 홍보영상도 CJ가 만들었다.
디지털 사이니지 분야에서는 더욱 적극적이다. LG전자가 전국 베스트숍에 설치된 사이니지 솔루션을 CJ파워캐스트에 맡겼고, 지난 5월 서울 논현동에 문을 연 현대모터스튜디오에는 옥외 74개, 옥내 40개의 사이니지를 묶은 비디오월을 함께 설치했다. 이 밖에 여러 국제 전시회에서 LG전자 제품에 CJ의 콘텐츠를 실어 선보이는 등 협력행보는 구체화되고 있다.
이 결과 LG전자는 올해 디지털 사이니지를 HE(홈 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의 주력 사업으로 키우면서 이 분야 점유율이 지난해보다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CJ도 LG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사업 확장에 힘입어 새로운 사업기회를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 한국영업본부 관계자는 “솔루션과 콘텐츠에 강한 CJ와의 협업이 구체화되고 있다”며 “각 분야에서의 강점이 만나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