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대문로 지하상가 출입구 한편에는 중국어로 쓰인 ‘알리페이(즈푸바오)를 이용해 세금을 환급받자’는 광고판이 도배돼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주로 찾는 한국에서 알리페이를 알리려는 알리바바의 노력이 묻어난다. 알리바바는 국내 이니시스와 손잡고 국내 쇼핑몰, 매장에서도 알리페이로 결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글로벌 IT기업들을 중심으로 금융결제 시장 진출 붐이 일고 있다. 제각기 금융권·유통가와 손잡고 시장 선점을 노린다.
알리바바는 내년부터 결제서비스 ‘알리페이’ 서비스를 전 세계로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 서비스로 지난해 말 이미 가입자 8억2000만명을 확보했다. 실질 사용자만도 3억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리페이는 지난해 중국 온라인 결제 시장 48.7%를 점유했다.
이 회사가 서비스 중인 온라인 머니마켓펀드(MMF) ‘위어바오’는 출시 9개월만에 가입자 8000만명을 끌어모았고 수탁금은 83조원에 달한다.
아마존은 자체 간편 결제 서비스 ‘로그인 앤 페이(Login and Pay with Amazon)’를 미국에서 서비스하다 유럽으로 확대했다. 아마존 제휴 사이트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별도 정보입력 없이 클릭 몇 번만으로 간편하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자사 쇼핑몰도 카드 번호를 미리 입력해놓고 쇼핑 때마다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놨다. 중국에서는 알리파이 외에 바이두 ‘바이파’, 텐센트 ‘리차이퉁’ 등 IT 기업들이 줄줄이 핀테크를 선보이고 있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페이팔은 미국 온라인 오픈 마켓에 간편한 결제 시스템을 제공해 성공한 뒤 쇼핑몰 업체들이 자사 시스템을 도입하자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와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페이팔은 전 세계 가입자 1억4800만명을 확보하고 있고, 전 세계 온라인 쇼핑몰 결제액의 18%가 페이팔을 통해 이뤄진다.
구글은 지난 2012년 메일 계정만 개설하면 쓸 수 있는 전자지갑 ‘구글월렛’을 내놨다. 당시 월마트·세븐일레븐·베스트바이·타깃·CVS·셸 등 유통·외식업체·주유소 등과 협력해 전미유통연합회(MCX)를 설립하고 금융서비스 산업 진출을 알렸다. 하지만 지금까지 실적은 지지부진했다.
그동안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았던 MCX가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핀테크 보급에 나섰다. 애플이 지난달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반 ‘애플페이’를 출시하면서다.
애플은 ‘아이폰6’ ‘아이폰6 플러스’를 출시하면서 애플페이, 패스북, NFC, 터치ID를 연계한 간편 결제서비스를 공개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카드리더기에 스마트폰을 갖다대고 홈버튼에 구현된 지문인식 기능 ‘터치ID’를 사용하면 본인인증과 결제가 한꺼번에 이뤄진다.
애플은 구글과 달리 처음부터 아메리칸익스프레스·마스터카드·비자카드·뱅크오브아메리카·시티은행 등 금융권을 일찌감치 끌어들였다. 기존 카드 가입자에게 애플페이 결제를 유도할 수 있고 POS 배포도 쉬워 단번에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략이다. 미국 카드업계가 ‘라이어빌리티 시프트(Liability Shift)’를 내년 10월부터 도입하기로 하면서 애플을 후방 지원하고 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