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교통사고 환자의 재활을 책임지기 위해 지난 10월 개원한 국립교통재활병원. 설립 기관인 국토교통부가 2010년 가톨릭중앙의료원을 국립교통재활병원 수탁기관으로 선정, 집중 재활치료 프로그램 등 첨단 치료기술을 마련해 개원했다. 세계적인 전문 교통사고 재활 전문병원으로 본격적인 첫 발을 내디딘 국립교통재활병원의 정수교 병원장을 만났다.
“교통사고 재활 치료를 위한 합리적인 보험수가를 마련, 효과적인 집중 재활치료를 시행합니다. 재활치료 전문병원 인증제를 도입, 인증을 획득한 병원에게 집중치료 보험수가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2010년부터 국립교통재활병원 개원준비단장을 맡아 개원을 주도한 정 병원장의 말이다.
현행 교통사고 후유장애로 인한 재활치료 보험급여 적용은 평균 하루 세 시간이다. 그러나 빠른 회복을 위한 집중 재활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세 시간으로 부족하다. 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보험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일반병원에서는 집중 재활치료를 꺼려한다.
정 원장은 “정부와 보험회사가 집중 재활치료 도입을 위해 여덟 시간 보험급여가 적용되는 합리적 보험수가를 책정, 향후 2년간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며 “집중 재활치료 보험수가 기준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교통재활병원이 재활치료 병원의 표준이 되는 것이다.
시범운영으로 마련된 집중 재활치료 보험수가 체계는 향후 도입할 인증제의 혜택으로 활용된다. 국립교통재활병원은 향후 교통사고 재활병원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재활병원 인증제도를 만들 계획이다. 교통사고 재활병원 운영을 위한 시설·의료인력·의료기술을 평가해 인증을 부여한다. 정 원장은 “인증을 획득한 병원은 집중 재활치료 보험수가 체계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국립교통재활병원이 다른 대형 병원에 비해 갖는 차별점은 무엇보다 집중 재활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의사·간호사·물리치료사·사회사업가 등 재활을 위한 다양한 의료 직종 관계자가 하나의 팀으로 구성돼 재활 환자 한명에 대한 입원부터 퇴원 후 가정으로 복귀까지 전체적인 관리를 한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의 전인적 치료 사고를 접목해 심리적 치료까지도 병행한다.
그렇다고 해서 국립교통재활병원이 민간 대형병원과 경쟁을 하는 것은 아니다. 민간병원에서 운영하는 교통사고 응급실이나 즉시 치료 등 의료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 민간병원에서 보험수가 체계가 없어 기피하는 재활치료에만 집중한다. 단, 병원이 위치한 양평군 지역주민을 위해 재활환자를 위한 내과·정신건강과·비뇨기과·영상의학과·신경외과와 이비인후과·치과·소아과·안과 등 외래 진료를 한다.
내년 하반기 교통재활의학연구소를 설립, 교통사고 재활 전문 연구도 본격화한다. 정 원장은 “연구소 설립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 논의하고 있다”며 “연구소는 재활치료 기술과 교통사고 예방정책 마련 등 다양한 연구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재활치료 선도 병원에 걸맞은 연구를 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중장기적으로는 전라도와 경상도 지역에 추가로 병원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정 원장은 “아직 구체화된 사안은 아니지만 지리적 위치로 국립교통재활병원 혜택을 받지 못하는 교통사고 후유장애 환자를 위해 경기도권 외 지방에 병원을 추가 설립하는 방안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정수교 병원장은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 대학원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가톨릭중앙의료원 기획조정실장, 가톨릭의료협회 사무총장, 양평국립교통재활병원 개원준비단장을 거쳐 지난 9월에 국립교통재활병원장에 선임됐다. 대한핵의학회 이사장과 회장, 교육과학기술부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