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구과학관, 채용비리 후유증 아직도…

무려 11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 국립대구과학관이 개관한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채용비리 후유증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국립대구과학관(관장 강신원)은 설립 당시 정부와 지자체 간 운영비 부담을 서로 떠넘기면서 시간을 허비하다 완공 후 1년이 지난 2013년 12월 정식 개관했다. 영남권 유일의 국립대구과학관이 출발부터 삐걱거린 것이다.

지난해 말 개관을 앞둔 시점에서는 신규 직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비리가 적발돼 홍역을 치렀다. 채용비리와 관련 지난 3월 대구과학관 인사담당자는 채용청탁과 돈을 받은 혐의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또 돈을 건넨 응시자도 벌금과 추징금을 선고받았으며, 부정채용 의혹을 산 20명 중 9명은 불합격 처리됐다. 불합격자에는 고위공무원 자녀와 언론인 배우자, 미래창조과학부 공무원, 특허청 공무원 등이 포함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시민단체들은 의혹이 제기된 합격자 전원을 불합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대구과학관은 합격자 선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채 나머지 11명을 최종 합격처리했다. 부정채용 의혹을 받은 사람 중에 일부는 합격하고 일부는 떨어진 셈이다.

이에 대해 대구과학관 측은 당시 인사위원회가 법률을 검토하고 판례를 분석해 의혹을 받은 이들에게서 직접 소명을 듣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채용비리 후유증은 지금까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공개 채용에 합격했다가 부정 청탁 의혹을 받은 탈락자가 최근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 탈락자는 대구과학관이 탈락한 이유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구과학관장을 상대로 대구지법에 합격취소처분 무효확인소송을 낸 상태다.

대구과학관 관계자는 “당시 탈락시킨 이유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했는데도 이런 일이 생겨 안타깝다”며 “소송은 법무공단과 대리인을 통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대구과학관 공개 채용과정에서 특혜로 자녀를 취업시키려 한 의혹을 받았던 대구시의 모 고위 공무원이 지난 3일 다시 보직을 받게 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공무원은 지난해 7월 자신의 직무와 관련 있었던 대구과학관 직원 공개 채용에 자녀를 취업시키려했던 사실이 적발돼 직위 해제된 인물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공직사회에 큰 피해를 입혔던 인물인 만큼 다시 보직을 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대구과학관의 채용비리 후유증이 길어지자 지역 과학계에서는 여러 문제점을 안고 출발했지만 1000억원이 넘게 투자된 대구과학관이 제 역할을 하려면 앞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미래 과학자의 꿈을 길러주고 과학대중화를 선도하기 위한 일에만 매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