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발광다이오드(LED) 업계가 자동차 분야 시장 개척에 나섰지만 업체별 복잡한 인증 절차·독점시장 구조·높은 초기 투자비용 등으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LED 업체들이 차량용 LED 시장의 높은 진입 장벽 탓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내년부터 실시되는 자동차 주간주행등(DRL) 장착 의무화 제도 등이 자동차용 LED 시장의 물꼬를 터 줄 것으로 기대되면서 많은 업체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현재 충분한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 계열사를 제외하곤 많은 업체들이 시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장 큰 장벽은 제품 신뢰성 평가다. 자동차 부품은 운전자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높은 내구성과 안정성 등이 요구된다. 게다가 자동차 업체별로 제품 신뢰성 평가 기준이 다르다. 벤츠, BMW, 폴크스바겐 등 독일 업체끼리도 평가 기준은 제각각이다. 국내 업체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LED 업체들은 자동차 업체별로 평가 인증을 별도로 받아야 한다. 인증 기간도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소요된다.
성능평가에 통과해도 실제 양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신차종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기술 협력을 하더라도 제품 생산까지 평균 2~3년이 소요된다. 이 기간 동안은 사실상 투자 기간으로 봐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 여력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서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요구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며 “또 수조원대 매출의 자동차 부품 협력사들과 손잡아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회사 규모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협력하기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안정성 테스트에서도 바닥에 내던지기도 하는 등 자동차용 LED는 일반 조명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내구성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현재 차량용 LED 광원 시장은 글로벌 업체 오스람이 독점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국내 업체들은 이들과 차별화된 경쟁력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서울반도체, LG이노텍 등 LED 칩 업체에서부터 금호HT·에이치에스엘·이노렉스 등 모듈 업체들까지 차별화된 고부가가치화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서울반도체는 실내용, 실외용에서부터 저출력부터 고출력 제품 등 자동차용 LED 제품의 모든 라인업을 갖췄다. 이 회사는 향후 고출력 제품의 라인업을 지금보다 갑절 이상 늘려 글로벌 조명 업체들과의 차별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LG이노텍은 두께 2㎝의 초슬림·초경량 자동차 후미등인 ‘플렉시블 LED 면광원 모듈’을 전략 제품으로 내세우고, 영상 왜곡을 최소화하는 차량용 카메라 모듈과 무선 충전 모듈 등도 함께 공급해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금호HT는 표준화·공용화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통합설계인프라를 활용해 개발시간을 단축시키는 등 경쟁력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23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유럽, 중국, 미국 등 해외 OEM 협력사를 대상으로 집중 공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 단계에선 한두 군데의 고객과 보다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며 “국내 업체들도 차별화된 무기로 집중 공략한다면 초기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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