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전문기술 인력에 대한 시장 수요는 높지만 관련 전공자들이 나노 업계 취업을 외면하고 있어 전문가 인력난이 심각하다. 나노 관련학과 졸업생 10명 중 전공을 살려 관련 분야로 취업하는 경우가 1명도 채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래 핵심 산업으로 꼽히는 나노 분야의 인력 수급 ‘미스매치’를 해소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5일 나노융합산업연구조합에 따르면 올해 나노기술 관련 전공 대학·대학원 졸업생 1854명 중 나노분야로 취업한 학생은 156명으로, 전문인력 공급 비율이 8.4%에 그쳤다. 10명 가운데 한명 정도만이 전공을 살려 구직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국내 나노전문 업체들의 올해 전공자 충원 희망 규모는 1720명에 달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150개 대학·대학원과 250개 나노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나노분야 산업체 간 인력수급과 산학협력 실태에 대한 직접 조사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25년 나노기술 전문 인력을 추정해보면 수요 인력은 년 평균 6000여명에 달하지만 나노기업에 전문 인력으로 취업할 전공자는 2000여명에도 미치지 못하게 된다.
나노융합산업연구조합측은 “앞으로 이러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나노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전문 인력의 70% 이상을 확보하지 못한다”며 “최근 전 세계적으로 나노 기술 연구가 한창인 가운데 국내에선 심각한 인력 공급 부족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나노산업은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4위의 기술력을 갖추게 됐다. 이에 발 맞춰 주요 대학들이 앞 다퉈 나노학과를 신설하며 인력 양성에 나섰다. 하지만 상용화·마케팅 능력 등의 부족으로 국내 나노기업의 성공 사례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산업구조 상 중소기업 비중이 80%가 넘는다.
관련 전공 졸업생들의 나노기업으로 취직하는 비율이 낮은 것은 국내 대다수의 나노전문 업체들이 중소·중견 기업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낮은 급여수준과 열악한 업무환경, 기업 인지도 등에서 학생들의 취업 희망 우선순위 업체에서 밀린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는 원하는 자질을 갖춘 지원자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실태 조사에서도 필요한 기술이나 실무 경험을 가진 지원자가 턱없이 부족한 게 인력 수급 불균형의 주요 원인으로 업체들은 지목됐다. 또 대학의 60%는 교과과정 내용과 나노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업무능력에 차이가 있다고 답했다.
또 내년도 취업예정자 가운데 산업체 연계 업체 취업예정자도 한 자릿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효율적인 산업체 연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인력 공급확대가 아니라 졸업자가 전공을 살려 해당 분야 전문가로 취업하고 경력개발을 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절실하다”며 “또한 기업에서 실제로 원하는 인력들이 공급될 수 있도록 산업체와 연계해 나노학과의 커리큘럼을 조정하는 등의 노력도 동시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