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광주과학기술원 총장과 유동국 광주테크노파크 원장이 지난달 일주일 간격으로 돌연 사퇴했다.
광주지역 과학·첨단산업 분야 양대산맥으로 불리던 두 기관장의 사퇴소식은 지역을 뜨겁게 달구는 ‘핫이슈’가 됐다. 두 기관장 모두 임기가 2년 가량 남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조직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다”, “파워게임에서 밀렸다”, “새로운 수장이 이미 내정됐다”는 등 갖가지 설이 난무했다.
비슷한 기간 감사원과 광주시의 강도 높은 감사가 이어지면서 소속 직원들은 한동안 일손을 잡지 못하는 등 ‘멘붕’에 빠졌다.
내년 지역산업계획 수립과 연구예산 확보, 신규프로젝트 기획 등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지만 사실상 올스톱되면서 직원들과 연구원들의 사기도 많이 떨어졌다.
광주과학기술원은 올해 QS세계대학평가 논문피인용 지수 세계 4위를 기록했다. 광주테크노파크는 중앙정부의 우수한 경영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빛이 가려진 것 같아 아쉽다.
광주과학기술원과 광주테크노파크는 과학기술과 기업지원 분야의 컨트롤타워다. 지역 과학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소리다.
새로운 수장 선임은 이사회 구성, 후보군 선정 등을 고려할 때 내년 초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벌써부터 기관장 공석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수장이 사라지면서 양 기관의 힘은 빠져가고 있다. 의사결정과 추진전략, 대외협상력 등도 약해질 수 있다.
공기관의 경영을 책임지는 기관장 선임 요건은 고유 업무에 관한 전문성과 소통능력, 포용력, 열정 등을 동시에 보유할 필요가 있다. 인맥과 정치력 등이 외부요인이 작용될 경우 본질이 전도되고 만다.
공기관은 민간기업과 다르게 중앙정부의 소관부처와 관련 지방정부들과 조정과 타협을 해야 한다. 집무실에만 있기 보다는 현장을 발로 뛰며 지역과 소통하는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다.
기관 고유의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정치인, 관료출신 낙하산 기관장도 문제이지만, 대외적으로 협상력 없는 기관장도 적합하지 않다. 유능하고 소통 잘하는 기관장의 조속한 선임을 기대한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