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대한민국 과학기술연차대회의 표어는 ‘다시 과학기술이다!’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바로 선진국 진입의 관건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하면서도 그러지 못한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지난해 2만4329달러 세계 33위를 기록(세계은행 통계)하며 4만달러 시대 진입을 외치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과학기술에 대한 인식으로는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 사회의 화두 중 하나인 ‘과학기술 중심사회’는 과학기술에만 국한되는 말이 아니라 ‘국민이 과학기술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사회’를 일컫는다.
과학기술 중심사회로의 진입을 위해 과제가 있다. 우선 현재 침체 국면에 있는 이공계 활성화를 양적 팽창 중심에서 질적 변화로 초점을 바꿔야 한다.
이공계 기피 현상의 원인 조사에서 과학기술인이 제대로 대우받지 못해서 그렇다는 답변이 가장 높았다. 이에 따른 사회적 박탈감도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이렇게 과학기술계 연구자들이 열심히 연구를 하면서도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은 일반 대중들이나 학생들에게 과학은 매우 어렵고 복잡한 학문 분야로 여겨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은 정말 재미가 있으며, 인생을 걸 수 있는 분야인가?
그에 대한 답은 당연히 ‘그렇다’이다.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턴이 양자역학에 대해 알지 못하였고, 진화론을 제창한 다윈이 유전자에 대해 알지 못했지만, 그들에게 과학은 무척 재미있는 연구 분야였기에 만유인력의 법칙이나 진화론의 주창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막연히 ‘그렇다’는 대답으로만 그치고 있어 답답한 마음이다.
우수한 과학기술 인력의 양성을 통한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해 먼저 과학과 과학기술인에 대한 사회 인식을 바꿔야 한다. 과학기술인이 인정받고 대접받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고, 그들에 대한 사회·경제·정치적 위상을 끌어올리는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국가 정책 결정에 관여하는 고위직 행정 관료, 국회의원,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등에 과학기술인 진출이 획기적으로 늘어야 한다.
이와 함께 대중들이 과학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며 동참할 수 있는 바탕도 마련해야 한다.
과학기술 교육 현장의 여건이 개선되고 이공계 학생들이 새로운 과학기술을 익힐 수 있는 교육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재원 확보도 필요하다. 현재 이공계 대학원생들에게 국고로 지급되는 교육 실습비로는 경쟁력 있는 현장 교육이 어렵다. 이는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추진해야 할 과제다. 특히 기업에서 요구하고 있는 창조적인 고급 과학기술 연구 인력을 배출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지원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우리 경제 수준으로 볼 때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시기가 많이 지났다.
우리나라에서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이공계 기피 현상은 바로 사라질 것이며, 이는 국가 이미지 개선이나 경제 발전에도 엄청난 파급 효과를 낳을 것이다. 수학에 강한 인도가 IT에도 강하듯이 IT가 발전하려면 기초과학인 수학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BT에서 좋은 결실을 맺으려면 다수의 우수한 생물학도가 필요하며, NT는 우수한 물리학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이공계 전공자들과 기초과학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과학기술 기반사회를 위한 이공계 활성화에 대한 사회 인식의 전환에는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언론은 이공계 기피, 이공계 살리기 등의 통념적 틀에서 벗어나 신나고 재미있는 과학, 과학의 대중화, 우수 과학자의 사회적 역할 부각, 인생을 즐기는 과학자의 모습, 과학기술인의 사회에 대한 관심 유도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제 국가의 미래 발전을 위한 이공계 활성화를 어느 주체가 주관해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를 확실히 해야 한다. 이공계 홀대 문제를 더 이상 수수방관하고 있다가는 과학기술 중심사회로의 전환을 통한 선진국 진입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방재욱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bangjw@c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