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 있는 가구와 인테리어가 전자 제품화되는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임대영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휴먼문화융합연구실용화그룹장은 나노 섬유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다. 그의 전공인 나노 섬유는 물질의 종류와 상관없이 섬유 크기를 나노(10억분의 1) 만큼 극미하게 하는 것이다. 이 상태 섬유는 기존 섬유와 다른 특성을 갖는다. 굵기가 수십에서 수백 나노미터(㎚)에 불과해 초극세사(超極細絲)라 불린다.
그는 4년 전부터 나노 섬유를 디스플레이에 적용하는 기술 개발에 주력해왔다. 그 결과 지난 5월 차세대 반사형 편광필름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나노 섬유를 매립한 편광 필름을 세계 처음으로 하나의 공정에 구현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프리미엄(고급) LCD 제조 가격을 30% 정도 낮출 수 있다. 가격 경쟁력 뿐 아니라 더 밝은 LCD를 만들 수 있다.
임 그룹장은 “프리미엄 LCD 모니터는 화면이 매우 밝은데, 이는 광흡수성과 반사형 편광 필름을 반반씩 사용했기 때문”이라며 “나노 섬유를 벽돌 구조로 필름에 균일하게 매립해 편광률을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지원을 받고 전남대, 경희대 산학협력단과 힘을 합쳐 이번 성과를 거둔 그는 개발 기술을 중소중견 기업에 이전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임 그룹장은 “중소형 LCD 모바일 기기나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에 우리가 개발한 기술을 적용하면 높은 고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다”며 “우리가 확보한 나노섬유 복합재를 활용한 편광필름 소재 기술은 그동안 국내 기술로 정복하지 못한 첨단 광학 소재 개발 갈증을 해소시켜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양대에서 섬유공학으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한양대 응용화학공학부 계약 교수를 거쳐 2002년 7월 생기원에 들어왔다. 지난 10여년 간 나노 섬유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공정 연구에 주력해 온 그는 의료, 자동차, 국방 분야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냈다. 의료 분야에서는 나노 섬유로 만든 인공혈관 개발에 성공해 현재 민간 분야에서 상용화를 위한 임상실험 중에 있다. 자동차 쪽에서는 시트 쿠션에 나노 섬유를 적용해 재생이 가능하고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방 쪽에서는 방탄복에 나노 섬유를 적용해 성능은 같으면서 무게를 기존보다 15%정도 줄였다.
현재 그는 섬유와 전자 디바이스를 융합하는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텍스와 일렉트로닉스를 합쳐 ‘텍스트로닉스’라는 용어도 만들었다. 이 연구가 발전하면 가구와 인테리어를 전자제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임 그룹장은 “내년 하반기에는 보여줄 만한 연구 성과가 나올 것”이라며 “텍스트로닉스 분야에서 세계 제일의 기술을 확보하는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