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마무리됐다. 금융권 최대 이슈는 단연 KB사태였다. KB그룹 두 수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수장이 선임되면서 KB사태는 진정국면에 들어갔다. 연초 카드사 정보 유출사태와 KT ENS 협력업체가 벌인 대출사기, 각종 횡령사건, 최근 모뉴엘 사태에 이르기까지 금융권의 사건·사고가 유난히 많았던 해로 기록될 듯하다.
금융사고는 실업률 증가로 인한 고용불안, 가계 가처분소득 감소, 금융회사 수익성 악화가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면서 각종 사건과 사고로 연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금융사고는 금융회사의 자산 건전성과 고객자산에 대한 손실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사고예방과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우리 경제는 신3저 현상에 직면해 있다.
저성장, 저물가, 엔저 현상이 우리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부는 지금 경제상황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좋지 않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거시경제지표는 그리 나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부터 9월까지 경상수지가 618억달러에 달하며 31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수출증가율도 3분기 3.9%로 2분기 3.2%보다 소폭 증가세를 보였다. 또 민간소비지출과 상관관계가 매우 높은 신용카드 승인금액도 3분기 기준 147조원으로 작년 동기와 대비해 6.3% 증가하면서 2013년 1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결과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LTV, DTI확대) 등 내수활성화 정책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외의 저성장 기조와 일본의 엔화 약세로 우리 기업의 해외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점은 우리 경제와 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25%에서 2.0%로 추가 인하했다.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 보다는 경제의 성장 모멘텀을 살리는 데 더 큰 비중을 둔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에선 기준금리 인하가 저신용자의 가계대출 부담과 금융회사의 재무건전성 리스크를 증가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조치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금융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그만큼 금융이 우리 경제의 심장이자 혈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단기 부동자금이 750조원을 넘어서 다시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 저금리, 증시 및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낳은 결과다. 대기성 자금의 증가는 산업 전반의 자금 선순환을 저해하고 금융회사의 수익성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만큼 금융의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정보통신기술(ICT)로 무장한 해외 기업이 새로운 지급결제수단을 개발해 우리 금융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정부의 경제혁신 조치가 차질 없이 수행되기 위해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다행스러운 점은 은행권을 중심으로 기술금융에 의한 중소기업 지원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카드 업계에서도 정보유출 사태 이후 보안시스템을 더욱 강화해 금융소비자 보호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중소영세가맹점의 IC카드 단말기 보급을 위한 기금조성, 밴(VAN)사의 수수료체계 개선, 간편결제 도입을 통한 금융소비자의 편의성 제고에 노력 중이다.
당국도 지난 7월 금융규제개혁방안을 발표하고 규제를 대폭 완화해 금융기관의 경쟁력 제고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신뢰와 네트워크서비스에 있다. 경제혁신의 중심에 있는 금융산업이 신뢰를 회복하고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규제환경 정비를 위한 관련 법률의 조속한 입법과 금융당국의 효율적인 관리감독, 금융기관의 합리적인 금융관행과 체질개선, 금융소비자의 건전한 소비문화 정착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
김근수 여신금융협회장 kks1038@crefi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