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로 폐지 예정인 ‘섀도보팅(Shadow Voting)제’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전자투표제나 전자위임장제도 문제점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참여과정 등이 복잡해 자칫 주주참여를 더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 활용 등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9일 상장기업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연말 폐지 예정인 섀도보팅제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전자투표제나 전자위임장 제도를 HTS 방식 등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섀도보팅제는 의결정족수 미달로 주주총회가 무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예탁결제원이 불참한 주주들을 대신해 중립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의 의사결정을 왜곡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올해 말까지만 운영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이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전자투표제나 전자위임장제도다.
전자투표제는 이미 한국예탁결제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하지만 참여 방법이 복잡해 일반주주들의 참여에 한계가 있다.
투표를 위해 한국예탁결제원 홈페이지->전자투표하기 아이콘->공인인증서 등록·인증->회원가입->보유주식 찾기(상장기업 중 선택)->투표 등의 절차를 거친다. 지난해 상장기업의 1% 정도가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도입을 검토하는 전자위임장제도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미 2007년부터 전자위임장제도를 도입한 미국도 소액주주의 주주총회 참여를 현저하게 떨어뜨렸다.
상장기업인 A사 관계자는 “주권 행사에 특별한 관심이 있지 않은 소액주주들의 경우 이런 과정을 거쳐 투표하는 건 많지 않을 것”이라며 “(주주가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존 HTS를 활용하는 편이 주주권 행사를 높일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생각보다) 사용이 복잡하지 않고, HTS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증권사와 예탁결제원간 별도 시스템 구축 등 어려움이 있다”며 “나머지 부분은 정부 차원에서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도 최근 ‘섀도보팅 폐지 유예 필요성 및 관련 쟁점 고찰’ 보고서에서 지난 4년간 상장사 5곳 중 2곳(39.6%)이 섀도보팅제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한경연은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도를 폐지하면 주주총회 무산으로 중요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며 폐지를 2016년까지 유예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섀도보팅제 활용이 가장 많은 감사·감사위원 선임이 대표적인 안건이다.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기 때문에 정족수 충족이 더 어렵다. 우리나라의 보통결의 시 의결 정족수는 출석의결권의 과반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25%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25% 이상 기준을 삭제하고 출석의결권 과반수 기준으로 완화하자는 것이 한경연의 주장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