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으로 가장 큰 일본발 위기가 도래했다. 일본 주요 전력사가 신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기 구매를 중단키로 한 데 이어 정부도 ESS 보조금 지원을 끊었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신재생에너지 업계의 일본 수출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 경제산업성은 가정용 ESS 구매 시 30%를 지원하는 정부 보조금 대상품목(SII) 예산이 소진됨에 따라 이 제도를 중단했다. SII제도는 일본 정부(30%)·지자체(10~20%) 보조금을 통해 가정과 상업 수용가를 대상으로 1000만~3000만원대 ‘ESS+태양광’ 구축비용의 최대 50%까지 지원한다. 구매가격으로 따지면 이 가정용 ESS 시장은 연간 약 1조원 규모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해 초 SII예산으로 230억엔(약 2200억원)을 투입한 후 최근 예산이 전부 소진됨에 따라 내년 1분기까지 추가 지원을 하지 않을 방침이다. 반면에 내년 4월부터 적용되는 예산은 70억엔으로 줄일 예정이다.
국내 업계에는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우리나라 배터리 업계는 현지 유력 중전기기 및 전자유통 업체들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최근까지 일본 ESS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점유해 왔다. 국산 배터리를 채택한 ESS 제품만 지금까지 약 1만5000세트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정용 ESS 시장뿐 아니라 중대형 ‘태양광+ESS’ 시장도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지난달 일본 홋카이도·도호쿠·시코쿠·오키나와·큐슈 5개 전력사가 9월을 마지막으로 신재생에너지원 구매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도쿄·간사이·중부 전력사 역시 조만간 매입을 중단할 방침이다. 늘어난 신재생에너지원 탓에 전력 수요가 필요 이상으로 늘면서 오히려 공급이 불안정해지는데다 신재생에너지원 가격과 실제 전력거래 가격의 차액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발전차액지원제(FIT)로 구매 비용이 연간 2조7018억엔에 달했기 때문이다. 일본 전력 당국은 기존 신재생에너지원은 유지하되, 추가 신설되는 발전원에 대해서는 전력 구매를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신재생에너지원에 ESS가 필수적으로 투입되는 만큼 국산 배터리뿐 아니라 일본 전력사와 협력 중인 국내 중공업·중전기기·태양광 업체에도 비상이 걸렸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일본 가정용 ESS시장 뿐 아니라 전력 공급이 불안정한 도서 지역 전력용이나 편의점 등 상업용 시장으로 확대해 위기에 대응할 것”이라며 “신재생 발전 비중을 늘리고 있는 유럽이나 미국, 중국 등의 시장도 대안일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