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거래 1차 모의시장 마감 남은 숙제는?

지난 7일 배출권거래 1차 모의시장이 마감했다. 본 시장 개설까지 한날 남짓 남았지만 이번 모의시장에는 160여곳이 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등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일부 기업에 의해 가격이 움직이는 현상도 발생해 대비가 요구된다.

환경부는 배출권거래제 1차 모의시장 결과 총 536개 배출권거래 대상 사업자 중 375개가 시장에 참여했다고 10일 밝혔다. 시장에 참여한 사업자들은 전체 탄소배출량의 90%가량을 차지하는 곳으로 나머지 159개 업체는 대다수가 중소기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의시장을 열었지만 아직 초기 단계로 배출량이 많지 않은 중소사업자들은 관망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1차 모의시장은 여러 가지 숙제를 남겼다. 시장에 참여한 기업들은 가상 시장에서 사이버머니로 거래한 만큼 배출권의 매도와 매수를 경험했다는 것 이외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거래 경험에만 집중되다 보니 실제 시장과는 너무 동떨어지게 진행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업계는 가상 배출권을 살 수 있는 사이버머니도 많이 배정돼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매매가 많았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발전사업자들도 실제 시장에서는 배출권을 계속 사들여야 하는 강력한 매수 세력이지만, 이번 모의시장에선 배출권 매물을 내놓기도 했다. 모의시장에 참여했던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제 시장에서는 나올 수 없는 배출권 매물이 시장에 나오고, 거래도 쉽게 성사되는 등 모의시장으로 배출권의 업계 동향을 파악하기는 힘들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실제 계약 체결 없이 시장 동향만으로도 가격이 결정되는 기세 제도의 배출권 거래 도입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일부 대형 사업자가 배출권 매물을 의도적으로 시장에 내놓지 않을 경우 상승하는 시장 가격이 다음날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에 우려를 제기했다. 한국거래소는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아도 시장 분위기가 가격에 반영돼야 하는 만큼 기세 제도를 배출권거래 시장에도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기세 제도는 현 증권 거래에도 적용되고 있다.

배출권거래 모의시장은 한 주간 정비기간을 갖고 다음 주부터 2차 거래를 시작한다. 모의시장은 2주씩 총 3차로 진행된다. 환경부는 전체 대상 기업을 대상으로 거래 매뉴얼을 배포하는 등 2차 시장에선 모든 대상기업들이 거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