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여사의 여행칼럼] 오랑우탄과 함께 하는 정글여행

사진 : 허미경/ 정글투어중 모닥불을 피우고 즐기는 시간
사진 : 허미경/ 정글투어중 모닥불을 피우고 즐기는 시간

지구에서 오랑우탄이 사는 곳은 보루네오와 수마트라 두 곳이다. 오랑우탄을 만나는 정글체험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곳으로 수마트라의 부킷라왕을 추천할 수 있다. 부킷라왕은 수마트라섬의 북쪽에 위치한 Leuser 국립공원안에 있는 작은 동네이다. 강을 따라 만들어진 작은 마을이지만 오랑우탄을 만날 수 있는 정글트래킹으로 점점 유명해지고 있다.

사진 : 허미경/ 메단에서 부킷라왕으로 가는 길
사진 : 허미경/ 메단에서 부킷라왕으로 가는 길

한국에서 부킷라왕으로 가기 위해서는 수마트라의 메단으로 가야 한다. 메단은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나 인도네시아의 대도시들에서 항공편으로 쉽게 연결이 된다. 메단에서 부킷라왕으로 가는 대중교통은 피낭바리스(Pinang Baris)버스터미널에서 가는 버스가 있다. 하지만 어느정도 경제적인 여유가 된다면 대중교통편은 권하고 싶지 않다. 수마트라의 대중교통이란 것이 아직은 체계가 없어서 시간과 가격이 정해진 것이 없다. 그러다보니 버스를 타는 과정에서 소비하는 것은 돈뿐만 아니라, 감정과 시간까지 지나치게 낭비한다. 될수 있으면 투어리스트버스나 기사딸린 렌트카를 추천한다.

사진 : 허미경/ 강을 따라 만들어진 여행자거리
사진 : 허미경/ 강을 따라 만들어진 여행자거리

부킷라왕은 작은 마을이다. 강을 따라 여행자숙소들이 늘어서 있어 선택의 폭이 다양한데, 방을 직접 보고 흥정도 가능하다. 열대정글지역이라 온수가 나오지 않는 방이 많으니 미리 확인하도록 하자. 마을이 작은데다 좁은 길을 따라 집을 지어서 차가 마을안으로 들어올수 없어서 짐을 스스로 다 들고 다녀야 하니 숙소를 선택할때는 동선도 고려하도록 하자.

사진 : 허미경/ 해가 지면 분위기있는 거리가 되는 부킷라왕
사진 : 허미경/ 해가 지면 분위기있는 거리가 되는 부킷라왕

정글속 숙소라고 해서 열악한 오두막을 연상할 필요는 없다. 부킷라왕의 여행자숙소들은 예산에 따라 충분히 수준있는 휴양도 가능하다. 정글투어를 하는 날을 빼고는 부킷라왕의 강변정글에서 낭만적인 날들을 보낼수도 있다. 해먹이 걸린 발코니가 딸린 방을 숙소로 정하고 열대과일을 먹고 강변을 거닐고, Jason Mraz의 I`m Yours를 들으면서 칵테일과 근사한 식사를 즐길수도 있다. 부킷라왕은 정글투어를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매력있는 여행자의 쉼터이다.

사진 : 허미경/ 정글안내와 식사등을 챙겨주는 정글가이드
사진 : 허미경/ 정글안내와 식사등을 챙겨주는 정글가이드

오랑우탄을 만나는 정글트래킹은 하루코스서부터 1박2일 코스외에도 선택하기에 따라 정글을 크게 도는 코스도 가능하다. 정글에서는 반드시 정글가이드를 동반해야 한다. 보통의 정글트래킹은 5명내지 6명이 그룹을 만들어 진행을 하는데, 개별적으로 트래킹을 주문할수도 있다. 정글투어의 참여자는 대부분 젊고 체력에 자신이 있는 사람들이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필요도 없다. 연령이나 체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팀을 이루어 코스를 쉽게 할수도 있다.

사진 : 허미경/ 물병을 뺏어서 물을 떠먹는 오랑우탄
사진 : 허미경/ 물병을 뺏어서 물을 떠먹는 오랑우탄

오랑우탄이란 이름은 정글의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름뜻 그대로 사람을 많이 닮았다. 새끼를 품에 안고 가르치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이 사람이 하는 행동을 한다. 물병으로 물을 떠서 먹기도 하고 사람들이 먹는 것을 뺏어서 먹기도 한다. 오랑우탄은 공격적이어서 사람들에게 위협을 주기도 하니 정글투어에서는 반드시 가이드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사진 : 허미경/ 정글에서 숙소를 정하면 바로 불을 피운다.
사진 : 허미경/ 정글에서 숙소를 정하면 바로 불을 피운다.

정글에서 밤을 지내는 일은 낭만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모기와 싸우며 추위도 견뎌야 한다. 모닥불은 모기도 막아주고 따뜻하고 동물들로부터 지켜주기도 한다. 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일은 인류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공격적인 오랑우탄도 불을 피우고 있으면 근처에 접근하지 않는다. 정글인간이라지만 불앞에선 동물에 불과하다.

사진 : 허미경/ 고무나무수액 채집
사진 : 허미경/ 고무나무수액 채집

오랑우탄을 만나는 것이 정글투어의 가장 큰 목적이지만 간혹 오랑우탄을 만나지 못할 경우도 있다. 정글가이드는 오랑우탄외에도 정글에서 살아가는 동물들과 곤충 식물에 대해서 일일이 설명을 해준다. 문질러서 바르는 모기퇴치제는 그 어떤 약보다도 효과가 있다. 고무나무에서 수액을 빼내는 것도 시연하고 나무에 자리잡고 사는 개미집도 찾아서 보여준다.

사진 : 허미경/ 정글가이드가 준비해준 과일
사진 : 허미경/ 정글가이드가 준비해준 과일

점심은 나시고랭(현지 볶음밥) 도시락과 과일을 준비해서 야외소풍같은 자리를 만들어준다. 정글투어온 사람들이 대부분 이 장소에 모여서 점심을 먹는데 음식을 차려놓고 먹다보면 오랑우탄이 다가와서 초대받은 듯 끼기도 한다. 가이드는 오랑우탄으로부터 보호해주면서 오랑우탄을 지켜볼수 있도록 도와준다. 공격적인 오랑우탄은 유인해서 따돌리기도 하고 안전거리에 있는 오랑우탄은 설명과 함께 지켜보게 해준다.

사진 : 허미경/ 정글에서 만나는 또다른 위험
사진 : 허미경/ 정글에서 만나는 또다른 위험

정글은 일반 등산이나 산책과는 다른 길을 걷는다. 나무뿌리가 엉켜있기도 하고 비온 뒤에는 진흙길이 되어서 수시로 미끄러지기도 한다. 가파른 길을 오르내리기도 한다. 밤에는 기온이 내려가 야외에서의 취침은 춥다. 담요를 주지만 따뜻하지 않다. 신발이나 따뜻한 옷을 반드시 챙기도록 하자.

사진 : 허미경/ 가파르고 위험한 정글
사진 : 허미경/ 가파르고 위험한 정글

정글투어를 마치고 나면 준비해 놓은 튜브를 타고 마을로 돌아온다. 걸어다니면서 보는 정글도 이색적이고 특별한 체험이지만 튜브를 타고 보는 정글은 또 다른 경치이다. 정글에서 지내는 체험은 불편하지만 자연을 제대로 즐기는 여행이 된다. 체력이나 개인적 성향을 고려해서 정글체험을 선택해 보자. 하지만 지나치게 긴 일정은 다소 지루해질수 있다는것도 잊지말자.

사진 : 허미경/ 정글투어를 마치고 튜브를 타고 돌아오는 길
사진 : 허미경/ 정글투어를 마치고 튜브를 타고 돌아오는 길

문명을 떠나 지내는 생활은 불편하고 힘들 수 있다. 때론 위험할 수도 있다. 정글은 또다른 탐구의 세상이다. 야생과 오랑우탄이 주인인 세상에서 우리는 잠시 손님으로 머물다 오는 존재이다. 잠시 머물다 오는 자리에는 발자욱만 남기고 추억만 가지고 오자. 정글의 주인이 오래도록 평화롭게 지낼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사진 : 허미경/ 지구를 위해 보호해야 할 열대숲
사진 : 허미경/ 지구를 위해 보호해야 할 열대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