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아직 스마트홈을 멀게만 느끼지만 상당수 메이저 기업은 스마트홈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곳에서 차세대 먹거리를 발굴하겠다는 의지다. 전문가들은 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에 주목한다. 이들의 발표와 동향은 곧 시너지로 나타나고 이것이 시장 형성 계기가 된다는 설명이다.
가전업계는 적극적이다.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인데다 업체 간 기술 차별성에도 한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업계 등장을 요인으로 드는 전문가도 많다. 낮은 인건비에 바탕을 둔 저가(低價) 가전제품을 공급하자 기존 업체들이 차별성 확보 일환으로 스마트 가전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우수한 모바일 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눈길을 끈다. 실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지만 잠재성을 높이 평가한다. 삼성전자의 삼성 스마트홈은 웨어러블 기기인 갤럭시 기어에 ‘외출(Going Out)’이라고 말하면 조명과 에어컨이 꺼지고 로봇청소기가 작동한다. 또 TV를 보다가 리모컨에 ‘굿 나이트’라고 말하면 TV와 에어컨이 꺼지고 조명은 어두워진다. LG는 대화형 스마트홈 서비스 ‘홈챗’이 있다. 라인, 카카오톡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세탁기 뭐해?’라고 물으면 세탁 종료까지 남은 시간, 작동 상태 등을 알려준다.
해외 기업 중에는 구글의 행보가 뜨겁다. 올 1월 온도조절장치와 화재경보기를 만드는 네스트랩스를 인수한 구글은 이후 인터넷 카메라업체 ‘드롭캠’과 스마트홈 네트워킹 기술을 개발하는 ‘리볼브’를 인수했다. 업계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킨 경험에 바탕을 두고 스마트홈의 글로벌 표준을 정착시킬 것으로 예상한다.
애플은 아이폰 기반 스마트홈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세계개발자대회에서 홈키트 플랫폼을 공개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사용자가 앱으로 가정 내 전자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GE와 필립스도 자체 기술력을 스마트홈 분야로 넓혀가고 있다. GE는 스마트에너지에 관심이 많다. 2012년 스마트미터 및 가전기기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전력 사용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가정용 에너지 관리시스템 ‘뉴클리어스 홈 매니저(Nucleus Home Manager)’를 공개했다. 가정의 에너지 소비량과 비용을 측정하고 스마트 가전의 에너지 데이터를 수집해 이용자 PC 또는 모바일 단말로 전송한다.
필립스는 스마트조명 시장에서 두각을 보인다. 스마트LED 전구 ‘휴(Hue)’는 애플과 구글 안드로이드 OS 기기로 빛의 점등은 물론이고 밝기·색상·타이머 등을 조절할 수 있다. 1600만개의 색상을 표현할 수 있어 자연에서 누릴 수 있는 색감을 거의 모두 구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의 가전업체 하이얼과 통신업체 ZTE, 화웨이, 샤오미 등도 스마트홈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기능적으로 눈에 띌 정도는 아니란 평가다.
보안업체들도 스마트홈 보안 솔루션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스마트홈 활성화에 보안이 상당 부분 기여할 것으로 본다.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고객이 지갑을 쉽게 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국내의 에스원은 ‘세콤 홈블랙박스’라는 스마트폰 전용 앱을 개발했다. 집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 보안도 챙긴다. 터치 한 번으로 방범 상태를 설정하고, 조명이나 전력·가스 등 집 안 모든 상황을 원격으로 제어한다. ADT캡스와 KT텔레캅도 가정용 모바일 보안 솔루션인 ‘ADT캄’과 영상저장장치 기반 방범서비스인 ‘올레 CCTV 텔레캅-NVR’를 내놓았다.
해외에서는 미국의 통신사 AT&T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와이파이 및 3D 기반 통합형 가정 관리시스템으로 스마트기기와 PC로 가정 내 모든 상황을 통제한다. 센서가 감지한 데이터를 이용해 자동으로 정보시스템을 가동하고 필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스마트도시 사업도 스마트홈 활성화에 일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스마트 도시 구축 프로젝트 ‘시티 넥스트’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IoT) 등 MS가 보유한 소프트웨어 역량을 결집했다. 이미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관련 시범사업을 진행했으며 뉴질랜드, 중국, 아르헨티나에서도 비슷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BI인텔리전스 자료를 보면 올해부터 2019년까지 인터넷망에 연결된 기기의 출하량이 매년 67%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스마트가전제품은 물론이고 스마트 조명, 보안시스템, 에너지 장비 등을 포함한다. 2019년에는 이들 제품의 수가 18억개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스마트홈이 주목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사물인터넷(IoT) 개념 확산과 함께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기기의 무선 인터넷 접속에 관심이 많다”며 “이런 움직임은 분명 스마트홈 확산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