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국내만 확산 더딘 퍼블릭 클라우드, 왜?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IBM도 국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건립을 검토한다. 세계 유수의 클라우드컴퓨팅 서비스 공급업체가 앞다퉈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국내에서도 KT 등 통신사와 IT서비스기업이 클라우드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국내 클라우드 도입 현황은 서비스 공급업체만큼 분주하지 않다. 특히 외부의 정보시스템을 이용하는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은 적어도 국내 대형 기업에는 아직 먼 이야기다.

“고객정보를 다루는 정보시스템을 외부에 둔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서비스 경쟁력의 핵심이 속도인데 외부 시스템을 이용하면 이를 담보할 수 없다.” 이 말은 국내 대형 금융사에서 오랜 기간 IT를 담당하고 있는 현 최고정보책임자(CIO) 말이다.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에 부정적인 견해는 금융권뿐만이 아니다. 상당수 대형 기업은 프라이빗 클라우드컴퓨팅 환경은 구축하지만 외부 시스템을 이용하는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은 꺼려한다.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보안과 시스템 운영 효율화다.

특히 보안 이슈가 강하다. 다수 고객정보를 다루는 기관과 기업 입장에서 자칫 외부의 퍼블릭 클라우드 시스템을 이용하면 보안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금융권 등 여러 분야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례가 잇따라 발생됨에 따라 우려는 더욱 크다. 애플 등 다국적 서비스기업의 클라우드 시스템이 해킹돼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례도 있다.

유통 업계 CIO는 “특정 기간만 운영되는 이벤트를 위해 퍼블릭 클라우드 시스템을 이용한다 하더라도 대부분 고객정보가 포함되기 때문에 외부 시스템을 이용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시스템 활용에 민첩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성능과 속도가 대표적이다. 온라인 기반 비즈니스를 하는 인터넷기업이나 처리 속도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금융사 등은 반드시 자체 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증권사 CIO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즉각적 대응은 외부 아웃소싱으로는 어렵다”며 “과거 코스콤 공동시스템을 이용하던 증권사가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기업이 자체 정보시스템을 구축, 운영하는 것도 퍼블릭 클라우드 도입을 주저하게 하는 이유다. 신사업이라 하더라도 기존 기간계나 정보계 시스템에 연동해야 하는 사례가 많은데 퍼블릭 클라우드를 연결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운영 인력의 자리 보존도 원인이다.

관련 법 규제로 퍼블릭 클라우드 도입을 제한하는 사례도 있다. 병원 CIO는 “의료법에 따라 환자 진료기록은 외부와 단절된 네트워크 속에서만 보관해야 한다”며 “퍼블릭 클라우드 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대형 기업이 전혀 퍼블릭 클라우드를 이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대교가 오라클 퍼블릭 클라우드 기반으로 영업지원 시스템을 이용한다. 아모레퍼시픽도 중국 해외사업 시스템을 AWS 퍼블릭 클라우드 기반으로 운영한다. 삼성전자도 일부 시스템에 AWS 퍼블릭 클라우드를 적용했다. IT업체 관계자는 “그렇지만 상당수 기업은 여전히 퍼블릭 클라우드 도입을 주저한다”고 전했다.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는 퍼블릭 클라우드 도입을 경영 혁신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CIO보다 최고경영자(CEO) 관점에서 비용절감과 짧은 주기의 신사업 지원 등 장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교 관계자는 “퍼블릭 클라우드를 도입해 총소유비용(TCO) 절감과 사용자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