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얼의 고위 임원이 삼성전자를 제치고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 1위에 오른 샤오미의 성공 비결에 대해 ‘중국 소비자를 이해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연구실’에서 내놓는 제품을, 샤오미는 ‘소비자와의 소통’으로 내놓는다는 것이다. 이 차이가 샤오미의 팬층을 두껍게 했고 벌어들인 돈으로 기술력을 따라잡고 있다.
12일 리판 하이얼 부회장은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에서 열린 ‘한중CEO포럼’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삼성전자가 샤오미에게 패한 이유는 기술력이 뒤떨어져서가 아니다”며 “인터넷 마케팅으로 소비자의 요구 사항을 직접 받아들여 제품에 반영하고 수요에 맞춰 반응하는 샤오미만의 맞춤형 공급망이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어 “샤오미가 인터넷으로 기능과 소프트웨어에 대해 소비자들과 활발히 교류한 이후 팬층을 확보해 제품을 내놓는 반면 삼성전자는 연구실에서만 개발해 출시한다”고 비교했다.
샤오미는 ‘선 예약 후 생산’ 체제로 우선 예약을 받은 후 소비량에 맞춰 생산을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단 생산량은 예약량을 채우지 않는다. 이른바 ‘굶주린 수요’ 전략이다. 리 부회장은 “주문이 10만대라면, 생산은 5만대만 해서 소비자들이 앞다퉈 구매하게끔 하는 것도 마케팅 비책”이라고 설명했다. 재차 “뛰어난 기술력을 가졌다고 시장 1위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다”며 중국 소비자 마음을 파고들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중FTA 체결 이후 한국업체와의 협력은 가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리 부회장은 “하이얼의 해외·중국 시장 플랫폼을 활용해 쿠쿠전자·휴롬 등 한국 중견·중소 가전업체와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FTA 체결로 관세 혜택이 커져 유리하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 공략에도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다. 중국 소비자 마음을 얻은 샤오미가 삼성전자를 넘어섰듯 하이얼도 ‘맞춤형 제품’ 공급으로 한국 소비자 몰이에 나서겠다고 각오했다. ‘1인(人) 가구용 미니 세탁기’, ‘효도 세탁기’ 등이 그 예다. 하이얼의 3.8Kg 미니 세탁기 ‘아이워쉬(I-Wash)는 소량 세탁을 원하는 소비층에 특화돼 있다. 효도 세탁기는 허리를 구부리기 어려워하는 노인에 맞춰 앞부분을 낮춰 설계하고도 세탁효과는 10% 높인 세탁기다.
FTA 타결 이후 중국기업의 한국기업과 해외 시장 공동 진출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종의 ‘공동 단지’를 조성해 함께 진출하는 식이다. 리 부회장은 “하이얼도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과 중동 지역 등지에서 공동 단지 조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칭다오(중국)=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