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향 매출 비중 확대.’
최근 공시 시즌을 맞아 상장기업의 실적발표가 줄을 잇는 가운데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문구다. 이 같은 현상은 특히 전자부품 업계에서 두드러진다. 전방산업인 국내 스마트폰 산업 부진으로 야기된 실적악화를 중국 시장 진출로 개선한다는 전략이다.
스마트폰 시장 확대와 함께 성장한 국내 부품 업체에 중국 시장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화웨이를 필두로 샤오미, ZTE, 오포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막대한 내수 시장과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급격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주요 업체 한두 곳만 거래를 성사시켜도 막대한 납품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매출처 다변화로 그동안 삼성전자나 LG전자 등에 지나치게 편중된 매출 구조를 해결할 수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문제는 중국 부품 시장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고화소 카메라 모듈 등 일부 첨단 부품의 기술경쟁력은 국내 기업이 앞서고 있지만 중국 로컬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다. 중국 정부도 자국 소재부품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자국 기업 우선주의도 무시할 수 없다.
한 부품업체 대표는 “중국 현지에 법인을 세우고 여러 업체들과 접촉하고 있지만 거래 관계를 형성하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며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도 비슷한 기술력의 제품이라면 자국 기업을 이용하려는 성향이 크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부품 업체와의 경쟁도 치열하다.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력을 가진 일본 업체들이 환율을 무기로 가격경쟁력까지 갖추고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서는 상황이다. 한중 FTA 체결로 대중 수출환경 개선이 기대되지만 마냥 속단하긴 어렵다.
국내 부품업계의 중국 시장 진출은 분명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중국향 매출비중 확대가 실적회복의 장밋빛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중국 시장은 그 어느 곳보다 치열한 글로벌 격전장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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