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10월 칼럼니스트 당선작]군만두와 구름빵

이진영
이진영

전자신문이 더콘테스트와 공동으로 주최하고 코스콤 후원으로 진행하는 ‘내가 바로 전자신문 칼럼니스트’ 10월 당선작은 이진영씨의 ‘군만두와 구름빵’입니다. 그림동화 ‘구름빵’ 사례를 중심으로 문화부가 ‘이야기산업법’을 연내 제정한다는 전자신문 보도를 이용해 저작물이 제값을 받는 사회환경 조성을 주장했습니다. 진행 중인 11월 공모전에 대학생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최고의 짜장면은 있지만 최고의 군만두는 없다. 군만두는 공짜기 때문이다. 제 값이 치러지지 않으니 양질의 재료와 노력이 투입되지 않는다. 악화(惡貨)는 양화(良貨)를 자주 구축(驅逐)한다. 음식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더 좋은 만두도 있고, 더 높은 수요도 있지만 공짜의 주술 앞에선 모두 소용없다.

군만두뿐만이 아니다. 요즘엔 빵이 더 문제다. 그런데 이 빵은 좀 특이한 빵이다. 밀가루 대신 구름으로 만든 빵이다. 2004년 처음으로 구워져 지금까지 5000억원 가까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역시 제 값을 받아내지 못했다. 단돈 1850만원, 0.00004% 수준의 마진이 전부였다. 이 정도면 군만두보다도 헐값이다.

백희나씨는 인기 동화 ‘구름빵’의 작가다. 구름빵은 구름으로 만든 빵을 먹고 두둥실 떠다니는 고양이의 이야기다. 지금까지 50만부 이상 팔렸고, 해외에서도 큰 인기다. 그러나 동화의 뒷면은 어두웠다. 출판계의 오랜 관행인 ‘매절 계약’ 때문이다. 백씨는 저작물의 장래 수익까지 모두 넘기기로 출판사와 약정했다. 구름빵의 흥행으로 회사가 ‘잭팟’을 터뜨릴 때도 무명작가의 현실은 여전히 ‘스테이’였던 이유다.

여론이 비등해지자 정부는 뒤늦게 대책을 내놓았다. 소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이야기산업 진흥법’을 제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이야기 에이전시 활성화’ 부분이다. 1차 저작권의 분명한 확정을 위해 에이전시의 도움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이 가난한 미혼모에서 1조원 인세 부호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 영국의 보편화된 에이전시 문화가 있었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유관 법률이 미처 포섭하지 못하는 사각 지대를 메우는 대책이 빠졌기 때문이다. 현행 ‘저작권법’과 ‘공정거래법’은 시나리오·대본·소설 같은 좁은 의미의 이야기만을 관리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야기 생태계의 줄기세포가 되는 ‘원천 스토리’는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큰 줄기의 스토리가 있어야 영화, 드라마, 공연 등 다양한 활성화가 가능하다. 원천 스토리를 둘러싼 권리 관계를 명확히 하는 방안이 이야기산업법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이야기산업은 국가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산업이다. 디즈니는 ‘겨울왕국’ 한편으로 8조원 넘는 순수익을 올린다. 우리에겐 고사된 인문학 시장과 포화된 법률 시장의 활로를 동시에 뚫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콘텐츠를 실물로 구현하는 기술자들과 그 결과물을 조직·유통·판매하는 모든 사람에게 일자리가 생긴다. 정교한 입법만이 이러한 전망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저작물이 제 값에 치러지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