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발광다이오드(LED) 업계의 신규 설비 ‘투자 가뭄’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LED 조명 시장이 기대만큼 커지지 않고 있는데다 조명 이외에 대규모 LED 칩 수요를 견인할 새로운 시장도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장비업체들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설비 투자가 지지부진할 전망이라 생존 전략 마련에 안간힘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LG이노텍 등 국내 주요 LED 칩 제조업체들이 3년 넘게 신규 설비 투자를 하지않고 있다. 이들은 내년에도 이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LED 칩 핵심 생산 장비인 유기금속화학증착기(MOCVD)를 일부 신규로 추가 도입할 계획이었지만 결국 무산됐다. 최근 조명사업까지 접게 되면서 신규 투자는 더욱 힘들어진 상황이다. LG이노텍 역시 당분간 신규 장비 증설 계획이 없다는 기조다.
국내에선 올해 서울반도체가 유일하게 MOCVD 장비 30여대를 추가 도입했다. 3년 만에 이뤄진 투자였다. 이로써 서울반도체는 자체 보유 MOCVD 장비 대수 100대를 넘겼다. 현재 삼성전자 150여대, LG이노텍 140여대를 합치면 국내에선 LED용 MOCVD가 400여대 정도로 추산된다.
국내 업체들이 신규 장비 증설에 주춤하는 사이 중국 LED 업체들은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면서 올해 MOCVD 장비 보유 대수가 500대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와 올해에만 200대가 넘는 대규모 장비투자가 이어졌다.
장비 업계 관계자는 “불과 3~4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의 LED 칩 생산능력이 월등히 높았으나 지난 1~2년 새 중국이 공격적으로 설비 투자에 나서면서 최근 역전됐다”며 “당분간 국내 설비 투자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글로벌 업체들도 중국시장에 영업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세미차이나에서 발표한 중국 LED 산업 보고서에서도 올해부터 2018년까지 중국에 LED용 MOVCD 장비가 1000대가량 설치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과 달리 국내 LED 설비 투자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기대만큼 LED 조명 시장이 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중국의 경우 올해 처음으로 일반 조명시장이 액정표시장치(LCD) TV용 백라이트 시장 점유율을 넘어섰다. 중국 정부가 100와트(W) 이상 백열등 판매를 금지하고 LED 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강력한 육성 정책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설비를 늘리면서 LED 칩과 부품 가격이 급락했지만 조만간 안정화 시기를 거치면 중국의 세 확장이 국내 LED 산업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며 “업체의 지속적인 투자는 물론이고 정부의 산업보호 및 육성 정책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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