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에 위치한 디스플레이 부품업체 A사는 최근 S국책은행으로부터 신규 신용장(L/C) 개설 불가 통보를 받았다. 여기에 기존 L/C 연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답변을 들었다. 매출 1000억원 규모의 S전자 협력사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당장 부품수입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수출중소기업 B사는 수출채권 매각 상담을 위해 평소 거래하던 은행을 찾았다가 무역보험공사 보증서 외에 추가담보 제공 요청을 받았다. B사는 그동안 금융거래상 연체나 보험사고가 전혀 없던 건실한 회사다.
모뉴엘 사고 이후 국내 금융기관들이 수출 중소기업의 목줄을 죄고 있다.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서로는 대출을 하지 않는다거나 기존 거래기업의 신규 신용장(L/C) 개설은 물론이고 기존 L/C 연장도 중단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수출 중소기업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다양한 하소연이 쏟아진다. 자칫 수출 자체가 벽에 부딪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6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모뉴엘 사태 등 최근 금융관련 대형사고가 발생하면서 금융권의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금융거래에 극도로 움츠러든 것으로 나타났다.
L/C는 물론이고 그동안 수출입 관련 서류로 대체되던 대부분 금융거래에 추가담보 제공 등 다양한 부대조건이 붙고 있다.
수출중소기업 C사는 구매주문서(PO) 방식 수출거래를 인정받아 수출채권을 매각해 왔으나 최근 거래은행으로부터 수입자 대표이사가 정식 날인하지 않은 PO는 수출계약서로 인정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다양한 회사와 거래하는 이 회사는 지금까지 PO를 이메일로 받아왔다.
또 매출 30억원의 수출기업 D사는 최근 무역보험공사 수출신용보증서를 담보로 2억원을 차입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 기술신용보증기금이나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서 추가 없이는 대출이 힘들다는 말을 들었다. 이 회사는 대출처를 급히 변경했다.
러시아에 의료기기 등을 수출하는 H사는 무역보험을 통해 러시아 업체에 3~4달의 여신을 주는데 이번 사고로 인해 향후 이를 활용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이 많다. 특히 환율변동으로 인해 여신 규모를 키워야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
이 회사의 L 대표는 “이번 사태로 인해 무역보험공사의 보증료가 올라가거나 보험 규모를 축소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많다”며 “요즘 수출중소기업 사장들을 만나면 금융권 특히 은행들의 각종 수출입 금융 위축으로 인한 어려움이 대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하소연했다.
L 대표는 이어 “우리 회사는 글로벌성장사다리기업에 선정될 정도로 정부가 인정하는 건실한 기업이지만 자칫 수출 길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를 버릴 수 없다”며 정부와 금융권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