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도입된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는 분명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정책이다. 2002년부터 10년 동안 신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해 운영했던 발전차액지원제도(FIT) 적용을 중단하고, 500㎿ 이상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공급의무자)에게 총발전량의 일정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토록 의무화해 보급을 늘려나간다는 정부의 의지였다.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한 전력을 15~20년 장기간 비싼 값에 매입하는 FIT 때문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정부가 발전사업자에게 부담을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어쨌든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측면에서는 분명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지금 RPS는 갈 길을 잃었다. 정부가 공급 의무 제도의 근간인 의무량을 느슨하게 완화하겠다고 밝혔으며, 발전사업자가 적은 비용으로 손쉽게 획득할 수 있는 발전소 온배수 회수와 같은 방식을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추가 인정해주겠다고 나서고 있다.
발전사업자를 위해 현실적인 보완책을 마련해 준다는 취지지만, 공급 의무화 제도의 핵심인 ‘이행 방식’과 ‘의무량’을 늘렸다 줄였다 한다는 것은 정부가 과연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의지가 있는지 의심케 한다. 발전사업자 의무량은 줄여주고 손쉽게 채울 수 있는 방법을 계속 마련해준다면, 정작 비용 부담이 큰 신재생에너지원에는 누가 투자하겠는가.
이에 앞서 발전사업자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 어려움을 호소하자 정부가 보유한 REC를 싼값에 유통시켰다. 정부가 의무량을 부여하고 이를 채울 수 있도록 과거 FIT를 통해 획득한 REC를 발전사업자에게 판 것이다. 새로운 신재생에너지 보급 실적 없이 정부와 발전사가 과거 실적을 서류상 거래를 통해 주고받은 셈이다.
정부는 REC 유통과 같은 꼼수나 보급 의무량 완화와 같은 조치를 반복하지 않으면 더 많은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RPS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산을 위한 제도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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