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이 OECD 국가 중 꽤 낮은 편이라는 보도를 보고, 공학도로 살며 가끔 떠오르던 우리의 기술 발전에 관한 궁금증이 새롭게 다가왔다.
노동생산성이 높아지려면 당연히 노동집약적인 제품보다는 부가가치가 더 높은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상식인데, 왜 우리나라는 ‘시장경쟁력 있는 핵심적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이런 궁금증과 함께 혹시 우리사회가 이제는 벗어나면 좋을 타성적 관습이 있는 건 아닐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가 인정하고 많은 후발국들이 부러워하고 있듯이 50여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기적적인 경제 성장을 이뤄낸 나라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우리가 고민하고 해결해야할 어려운 과제도 많다. 낮은 국민 행복지수, 높은 자살률, 되풀이되는 큰 안전사고 등으로 대변되는 문제들이 그런 과제들일 것이다.
평범한 공학도이기에 아주 상식적인 입장에서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우리 사회도 우리 모두가 선택해서 만들어 가는 것이기에 공학과 조금은 유사성이 있을 것 같다는 단순한 생각에서다.
항공기 같은 거대 시스템은 제각각 역할과 특성이 다른 수많은 부품, 요소들로 구성되며 그 모든 요소들이 고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때 성공하는 시스템이 된다. 시스템은 하나지만, 그 요소들은 모두 특성이 다르기에 요소별로 개발, 검증 등에 관련되는 기술이나 방법 등도 당연히 다르다. 그러나 어떤 요소도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 만약 무시된다면 그 시스템은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것이 우리에게 암시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그룹의 다양성과 그 역할들은 당연히 존중되어야 하지 않을까. 혹시 우리는 너무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지침이나 평가에 빠져있는 건 아닐까.
공학적 시스템은 정상적인 운행을 위해 그 운행상태의 안정성에 관련된 변수들을 항상 탐지하며 잘못된 징후가 있을 때는 이를 수정하는 일이 이루어져 그 시스템이 문제없이 운행되도록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상황의 탐지와 수정을 위한 피드백이다.
큰 안전사고가 있을 때마다 하인리히의 1:29:300의 법칙은 자주 회자된다. 이 법칙은 하나의 큰 사고란 300개의 위험한 잘못에 이어 29개의 작은 사고를 거친 후 발생한다는 이론이다. 수많은 잘못들이 발생할 때, 이를 잘 탐지해 잘못을 수정하는 과정이 있다면 사고는 예방될 것이다.
우리 일상에 나타나는 여러 징후를 잘 탐지해 무시나 경시 없이 그것들이 함축하는 위험성을 판단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피드백을 한다면 이런저런 위기 상황의 발생은 예방할 수 있다. 그런 사회가 선진 사회다.
공학적 시스템의 효과적인 운용이나 설계를 위해 활용되는 이론의 하나가 최적화나 최적제어 이론이다. 최대화 혹은 최소화 하고자 하는 다양한 목표들을 모두 잘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을 찾아내고자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아주 많은 변수들이 포함된다. 또 그 변수들이 넘어서는 안 되는 한계조건도 있다.
재미있는 예가 뱅뱅 제어(bang-bang control)기법이다. 효율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변수가 취할 수 있는 극한 값을 선택한다는 것인데, 위성발사체가 좋은 예다. 지구의 중력장을 빨리 벗어나기 위해 최대 가속도를 갖도록 운행하는 것이다.
이 경우는 모두 공감하겠지만 이를 자동차 운행에 적용한다면 큰일 난다. 곧바로 사고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빨리빨리’는 어떤 경우에도 항상 최적의 길은 아니다. 부수적으로 발생되는 역효과가 많을 가능성이 크다.
최선의 기법은 우리가 무엇을 얻고자하는가에 따라 모두 다르기에,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여러 목표들을 균형 있고 조화롭게 잘 통합하고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사안들을 빠짐없이 고려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일을 수행하는 것은 우리 인간들의 행동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행동이라는 변수가 넘어서는 안 되는 한계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하는 너무 당연한 상식들과 기본적인 윤리일 것이다.
박승오 KAIST 항공우주전공 교수 sopark@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