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재현율은 모니터 사양이나 광고에서 흔히 접하는 말이다. 모니터마다 72%, 99% 식으로 다양한 수치를 볼 수 있다. 이런 수치가 의미하는 건 뭘까. 느낌 그대로 100%에 가까우면 무조건 좋은 것일까.
◇ 색재현율이란=색재현율이란 보통 ‘XX 대비’라는 말이 붙어 있지 않다면 NTSC라는 기준대비 컬러 재현 영역을 뜻한다. NTSC(National Television System Committee)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북남미와 일본 같은 국가에서 아날로그 TV의 방송 전송 기술 기준으로 생각하면 된다.
도표를 보면 말발굽 같은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데 사람의 눈으로 인지할 수 있는 가시광선 영역대의 전체 컬러를 의미한다. 노란색 점선 형태로 이뤄진 삼각형은 지난 1953년 제정된 NTSC 방송의 색상 재현 기준이다. 흔히 색재현율 72%라는 건 노란색 삼각형 안에서 72%를 재현한다는 얘기다.
물론 NTSC는 지금 입장에선 그리 피부로 와닿지 않는 기준인 건 맞다. 지금은 HDTV 디지털 방송을 시청하는 시대 아닌가. HDTV 기준은 BT Rec. 709다. 이 색재현 영역은 sRGB와 일치한다. 따라서 HDTV는 과거 NTSC대비 72% 정도 컬러 영역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참고로 차세대 UHDTV의 색재현율 기준은 Rec.2020은 상당히 넓어져 있다. 한마디로 기술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한 목표치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어쨌든 이런 점 때문에 색재현율을 말할 때에는 NTSC대비 72%나 sRGB대비 130%, AdobeRGB 대비 98% 식으로 정확히 어떤 기준을 두고 말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만일 sRGB 이미지를 주로 다루고나 HDTV, sRGB 컬러를 기반으로 하는 영상이나 게임을 한다면 해당 컬러를 가깝게 재현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는 ‘NTSC대비 72%=sRGB대비 100%’ 수준 색재현율을 가진 모니터가 이에 해당한다. 물론 이런 모니터는 sRGB=HDTV급 이상 컬러를 재현하지 못한다. 또 극단적으로 말하면 세밀한 sRGB 이미지를 봐야할 경우라면 sRGB 수준보다 넓은 광색역 모니터에서 프로파일을 써서 이미지를 보는 경우다. 실제 sRGB 모니터는 sEGB 컬러를 100% 보여주지 못한다. 광색역 모니터만이 sRGB 색 공간을 100% 커버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DSLR 카메라로 RAW 파일 작업을 하는 경우라면 어떨까. 카메라가 수광할 수 있는 색역은 AdobeRGB보다 넓다. 이런 이유로 RAW를 익스포팅할 때에는 ProPhotoRGB를 권하기도 한다.
인쇄물을 볼 때라면 어떨까. sRGB급 색역은 인쇄물 컬러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이렇게 사진과 인쇄 등 정확한 컬러를 요구하는 작업에선 광색역 모니터가 더 유리하다.
디스플레이 제조사가 정확한 사양을 기술하지 않는 정보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색영역(색역, 색재현영역. Color Gamut)의 커버리지를 기준으로 색재현율을 나타내는지 볼륨을 기준으로 나타내는지에 대한 문제다.
커버리지란 예를 들어 NTSC와 디스플레이의 색역간 교집합이 발생하는 영역, 실제 정확한 컬러 재현이 가능한 영역에 대한 비율을 말한다. 볼륨이란 서로 일치하는 영역과는 무관하게 영역 크기만을 비교한 비율이다.
이미지를 보면 노란색 삼각형이 sRGB 색공간이라 가정하고 천연색 삼각형이 실제 모니터의 색역이라고 가정하면 해당 모니터의 sRGB 대비 색재현율은 커버리지를 기준으로 했을 때 분명 재현하지 못하는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에(그린 윗부분) 100% 이하가 나올 것이다. 97∼98% 정도 색재현율이 되겠다. 실제로는 물론 더 벌어지기 일쑤다.
그런데 이를 볼륨 기준으로 하면 분명 디스플레이 색역이 sRGB 삼각형보다 큰 탓에 100% 이상, 105∼110% 색재현율로 기록하게 된다. 실제 거의 모든 제조사가 색역, 색재현율을 표기할 때 커버리지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볼륨을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sRGB 100% 또는 NTSC대비 72% 색재현율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디스플레이라도 절대로 sRGB 컬러를 100%로 볼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얘기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우리 모니터의 색역 크기는 sRGB 색공간 크기에 100% 육박하지만 sRGB 색공간 내 컬러를 모두 포함하는지는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도 모두 포함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심지어 이런 문제도 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평면 2차원 색도 그래프는 밝기(Lightness)에 따른 컬러 변화 정보를 볼 수 없다. 3차원 그래프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형태인 것. 따라서 3차원으로 보면 어떤 부분이 튀어나오고 들어가는 정보는 2차원 평면 색도 상에선 모두 누락되고 만다.
◇ 색재현율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 아니다=따라서 색재현율이 무조건 높다고 좋은 건 절대 아니다. sRGB나 HDTV 콘텐츠를 소비한다면 NTSC 72%에 가까운 디스플레이가 좋다. sRGB 100% 또는 NTSC 대비 72%라고 광고하는 모니터가 sRGB나 HDTV 컬러를 정확하게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지 말라는 얘기다. 제조사는 볼륨만을 말하지 커버리지는 절대 말하지 않는다.
AdobeRGB 대비 97%와 99% 모니터가 있다고 치자. 이중 99% 모니터가 더 좋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이보다 더 다른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97% 모니터의 커버리지가 더 높다면 이 제품이 더 좋다. 색재현율이라는 숫자는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 그냥 70%대 수준이라면 “아. sRGB=HDTV 색역 수준에 가까운 디스플레이”라거나 90%대 수준이면 “AdobeRGB 색공간에 가까운 디스플레이” 정도 의미만 있다. 1∼2% 차이는 정말 아무런 의미가 없다.
또 사실 NTSC처럼 사실상 거의 폐기된 방송 기준이 지금까지 색재현율 기준으로 쓰인다는 건 참 답답한 대목이다. 대신 널리 쓰이는 HDTV=sRGB, AdobeRGB 같은 기준으로 색재현율을 표기하는 게 훨씬 합리적일 것이다. sRGB급 모니터라면 sRGB 대비 XX%, AdobeRGB급 광색역 모니터라면 AdobeRGB 대비 XX% 식으로 표기해 혼란을 방지하면 좋다. 물론 더 욕심을 부리자면 커버리지 혹은 볼륨 중 어떤 기준인지 명시하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 0.1% 색역 차이에 목숨걸지 맙시다=최근 나온 모니터 중 일부는 의미 없는 색역 볼륨 대신 커버리지를 기준으로 색역 정보를 안내하기도 한다. 이는 분명 전문가급 모니터에 있어선 의미있는 개선이자 발전이다. 하지만 색역에 대한 커버리지나 볼륨을 사양에 명시한다면 언급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NEC 모니터를 예로 들면 “color gamut coverage calculated as 2-D gamut area in CIE 1931 xy colorspace. Coverage is the relative display gamut area contained inside the reference gamut(색역 커버리지 계산은 CIE 1931 XY 색공간 2차원 색역 공간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다. 커버리지는 참조색역 내에 일치하는 디스플레이 색역을 의미한다)”는 표현이 나온다.
이렇게 사양에 주석을 붙이는 이유는 뭘까. 제공 정보나 수치의 명확성을 기하고 쓸데없는 공격에서 회피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 더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면 색역을 계산할 때 근거가 되는 기준 색상모델(Color Model) 혹은 계산 방법에 따라 수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모니터의 경우 AdobeRGB 99.5%라는 수치는 CIE 1931의 xy 색도 상에서 2D를 기준으로 RGB Primary 수치를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다. 에이조를 비롯해 거의 모든 모니터 제조사가 이런 계산 방법을 통해 색역 커버리지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말 AdobeRGB 색공간 내 컬러를 실제로 99.5% 재현한다고 문자 그대로 이해해도 되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이유는 컬러 수치는 조건과 변수가 워낙 커서 숫자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건 위험할 수 있기 때문.
예를 들어 같은 모니터에 대해 ‘ArgyllCMS + DispCALGUI + Eyeone Pro 2’ 조합으로 프로파일(RGB curves matrix)을 생성한 뒤 확인한 색역 커버리지를 보면 AdobeRGB 대비 98.8%가 나온다. 이 정도면 다른 하이엔드 모니터에선 전혀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수준이다. 99.5%가 안 나온다고 하면 곤란하다. 커버리지 계산 방법과 기준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CIE 1931 xy 색도도의 2D를 기반으로 한 비교 수치하면 더욱 해당 수치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게 좋겠다. 99.5%가 98.8%보다 좋다? 차이가 난다? 더 품질이 좋다? 과연 3D 색역 기준으로 바꿔도 같은 결과가 나올까. 컬러 모델을 LAB나 LUV로 바꿔도 같은 결과가 나올까.
결론을 말하자면 0.1% 색역 차이에 목숨 걸지 말라는 것이다. 그 정도는 의미가 없다 수치는 수치일 뿐이다. 모니터를 실제 구입할 때에는 그냥 단순 참고용으로 보는 게 좋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김환교수/컬러테크연구소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