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윤 작가의 아틸라, The 신라 제72회

하지윤 작가의 아틸라, The 신라 제72회

10. 이미 오래된 운명

8



“에첼.”

에첼은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나의 여인 에첼도 자네 에첼도 모두 아틸라의 현현(顯現)이네. 난 결국 아틸라를 만난거지. 하하.”

자객은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이제 자신의 삶은 어떤 방향으로도 움직일 수 없었다. 오직 한 길만이 남아있었다. 미사흔과의 여정이었다.

“내가 자네와 함께 신라로 황금보검을 가져가고 있으니 결국 아틸라의 위대한 꿈도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자객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는 울컥했다.

“아틸라 제왕님은 아마도...”

“나의 여인 에첼이 가지않았나? 그의 죽음을 막으려고 말일세. 역사를 바꾸려는 것일까?”

“제게 명령을 내린 분도 아틸라 제왕님을 죽일 수 없습니다. 세상의 어떤 남자도 아틸라를 죽일 수 없습니다.”

미사흔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그럼 누가 죽일 수 있단 말인가?”

“역사의 운명을 받은 여자, 여자만이 죽일 수 있습니다.”

미사흔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사막의 모래바람이 미사흔을 삼켜버렸다.

힐디코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아틸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오에스테스가 들어섰다. 오에스테스는 한껏 예의를 다했다.

“아틸라 제왕님은 오늘 술을 많이 하실겁니다. 제가 음료를 준비해놓았으니 나중에 드시게 하십시요.”

힐디코는 짧은 눈짓으로 인사를 했다. 오에스테스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공주님처럼 아름다운 여인은 본 적이 없습니다. 어머님도 이토록 아름다우십니까?”

“저는 어머니를 알지 못합니다. 신(神)들의 호수에서 데려왔다고 합니다.”

“신들의 호수?”

오에스테스는 흩어지는 감정의 기운을 지우며 힐디코를 떠났다. 힐디코는 음료를 손에 꼭 쥔 채 아틸라를 기다리다 깜빡 잠이 들었다.

그녀는 하늘을 날고 있었다. 저만치 한혈마가 앞서 날고 있었다. 아틸라의 말이었다. 힐디코는 아틸라를 부르려고 했다.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아틸라, 아틸라... 힐디코는 다시 한 번 죽어라고 소리쳤다.

“아틸라...”

드디어 목소리가 터졌다. 아틸라가 말 탄 몸을 획 돌렸다. 힐디코를 보았다. 아틸라가 번개처럼 빠르게 그녀에게 다가왔다.

“힐다...”

힐디코는 슬펐다.

“아틸라...”

“힐다...”

힐디코는 아틸라에게 음료를 건네었다. 오에스테스가 주고 간 음료였다.

“드세요. 정신이 맑아질겁니다. 저를 알아보실거예요.”

아틸라는 음료수를 입으로 가져갔다. 갑자기 한혈마를 몸부림을 치며 아틸라를 떨어트렸다. 아틸라는 저 아래로 아래로 떨어졌다. 힐디코가 울부짖었다.

“아틸라...”

힐디코도 함께 떨어졌다.

그때 아틸라가 들어섰다. 아틸라는 술에 취한 상태였다. 그는 힐디코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마주 앉았다. 힐디코의 얼굴을 유난히 보았다. 그의 눈에 깊은 곳에서부터 그리움과 슬픔이 섬세한 비늘로 돋았다. 그의 눈동자를 찢어버릴 듯 했다. 아틸라는 힐디코의 얼굴을 손으로 어루만졌다. 아틸라의 눈에 훈의 연지산의 홍화빛을 띤 강(江)이 흘렀다.

“힐다...”

글 소설가 하지윤 lif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