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중FTA 10년 후 그리는 칭다오 `한중무역협력구`를 가다

인천공항에서 1시간이면 닿는 중국 칭다오. 칭다오시는 중국 GDP의 9.6%를 차지하고 산둥성 전체 한국기업의 절반 이상이 자리한 경제 중심지이자 산둥반도의 ‘기관차’ 역할을 맡고 있다.

한중무역협력구 관계자가 `한중CEO포럼` 참석자들에게 한중 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한중무역협력구 관계자가 `한중CEO포럼` 참석자들에게 한중 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해 열린 ‘한중CEO포럼’ 참석차 칭다오를 찾은 한국 CEO들과 기자단에 중국 정부가 최초 공개한 곳은 ‘한중무역협력구’다. 이 협력구는 한중혁신산업단지 조성의 첫번째 프로젝트로 면적만 3.76평방㎞다. 향후 5년간 무역·문화·의료 산업의 한중 교역 거점이자 공동 산업단지로 육성된다.

“농사짓는 밭이었습니다.” 현지 관계자의 말에 버스에서 내려 눈으로 확인한 흙땅에는 굴삭기가 즐비했다. 대지에 한중무역협력구의 미래상을 보여주는 전시관만 우뚝 섰다.

한국인을 맞은 한중무역협력구 중국인 관계자는 “첫 손님이자 오늘 처음 개방한 역사적인 날”이라며 의미를 실었다. 이곳에 한국기업이 생산설비 구매시 대출 이자를 지원하고 기술인력 교육도 시켜주며 초고속 입주 등록 서비스를 해준다. 일련의 인센티브를 내세워 한국 기업을 유치할 공터인 셈이다.

한국 CEO들을 안내한 중국 정부의 한국 기업 유치 의지는 산둥성과 칭다오의 외자기업 투자가 내리막을 걷는 상황과 절묘하게 교차됐다. 산둥성을 포함한 중국은 인건비 상승과 잇따른 외자 기업유출에 몸살이다. 더 저렴한 인력과 땅을 찾아 동남아 등지로 떠나는 기업에 산둥성과 칭다오의 한국 기업도 매년 평균 수백개씩 줄고 있다. 주칭다오영사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칭다오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포스코·GS칼텍스·롯데식품·넥센타이어 등 약 2000여개다.

황승현 주칭다오 총영사는 “한국과 산동성간 교역 중 수출총액은 193억7000만달러, 수입총액은 134억8000만달러로 한국이 58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냈다”고 강조했다. 매주 150여편의 항공과 9개 항로의 여객노선이 한국과 산둥성을 잇는다.

중국 정부 주도로 칭다오시를 한중 교역의 거점으로 육성하려는 노력은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2년전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산둥성에 ‘한중일 지방경제협력시범구’ 사업을 제의해 한중 지방경제협력시범구 사업이 시작, ‘한중 지방경제협력시범구’ 추진을 구체화하면서 경제협력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 6월 중국 국무원의 9번째 국가급 신구로 ‘칭다오서해안경제신구’를 지정해 한국과 협력 사슬을 강화하고 있으며 한중무역협력구가 핵심 카드다.

올해 산둥성 정부가 한중산업단지 조성을 본격화하면서 중국 국가 차원의 신도시·환경친화·해양 관련 한국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는 형세다. 한중 FTA 시행에 앞서 수 년을 대비해온 시범구이기도 하다. 긴 미래를 계획한 대지는 한국 기업을 기다리고 있다.

최남석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한중 두 나라가 시장 선점을 놓고 경쟁하기보다 유사한 산업보완구조를 기반으로 상생적 가치사슬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0년 후 이 대지가 궁금해진다.

칭다오(중국)=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