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석유가스(LPG)업계의 수도권 충전소 쟁탈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양대 수입사인 SK가스와 E1의 성적이 극명하게 갈렸다. 화력발전 등 신규 사업에 치중하는 사이 SK가스의 충전소 이탈이 가속화된 반면에 내수시장 점유율 확대에 매달린 E1은 알짜로 불리는 수도권 충전소를 대거 확보했다. 선발 업체인 SK가스와 후발 주자인 E1간 판매량 격차도 점차 좁혀질 전망이다.
18일 지난 10월 말 기준 전국 LPG충전소 현황에 따르면 올해 서울·경기·인천 지역에서는 SK가스 상표(폴사인) 충전소가 가장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LPG 최대 판매 사업자인 SK가스는 10월 현재 수도권에 134개의 폴사인 충전소를 보유하며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수도권에서 가장 많은 7개 충전소를 잃었다. 이들 충전소는 모두 경쟁사 폴사인으로 간판을 바꿨다. 특히 판매물량이 월등히 많은 서울에서 3개 충전소가 이탈한 것이 뼈아프다.
신규 충전소 개척에 주력해온 E1은 올해 수도권에서 가장 많은 폴사인을 확보했다. 인·허가 문제로 LPG충전소 신규 건설이 사실상 불가능한 서울에서만 4개소 충전소를 얻었다. 경기 지역 5개소를 포함하면 올해 수도권에서만 총 11개소 충전소에 LPG를 신규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
SK가스와 E1의 판매량 격차도 빠르게 좁혀질 전망이다. SK가스는 지난해 총 109만톤의 부탄가스를 판매한 1위 사업자다. SK가스는 최근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동부발전당진을 인수하는 등 가스화학사업(PDH), 석탄발전사업을 아우르고 있다. 하지만 정작 본업인 LPG사업에서는 최대 격전지인 수도권 공급처를 다수 잃으며 판매 물량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반면에 E1은 내수 판매량을 크게 늘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E1은 지난해 부탄 81만톤을 판매했다. LPG업계 후발주자로 올해 들어 판매량이 많은 수도권 충전소만 선별적으로 공략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수도권 충전소 평균 판매 물량이 지방 대비 7배 이상 많아 공급량을 크게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 LPG 충전소 1개소의 수송용 부탄 평균 판매량은 약 8836톤에 달하는데 비해 지방 충전소 평균 판매량은 1100톤 안팎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E1이 수도권에서 충전소를 10개소 이상 확보한 것은 전국적으로 약 수십 개 충전소를 늘린 것과 같다”며 “SK가스가 주춤한 사이 후발 주자인 E1이 빠르게 점유율을 늘리고 있어 향후 판매량 추이에도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