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론을 논의하기에는 1년의 시간이 너무 짧았다.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 위원회가 활동 기한 한 달을 남겨두고 발표한 중간 경과보고는 결과보다는 숙제가 많았다.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위원회는 18일 지난 1년간의 논의를 정리한 ‘사용후 핵연료 관리를 위한 의제’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위원회가 그동안 진행한 토론회와 라운드테이블, 간담회, 설문조사 등을 종합한 내용이다.
우선 정책 부분에선 사용후 핵연료 발생부터 영구 처분까지 계획과 기술적 해결책 제시를 요구했다. 영구 처분과 중간 저장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저장 시설은 원전 부지 내외와 건식 혹은 습식 저장 방법을 모두 언급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영구 처분 시설은 시운전 기간을 포함해 실제 운영이 오는 2055년 전후 진행돼야 한다고 건의했다. 처분 시설 유치 지역에는 별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처분 시설 유치 지역에 별도 지원이 없지만, 좁은 국토 면적과 최근 전원 관련 설비에 대한 지역 민심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안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사용후 핵연료 관리 정책 최우선 원칙은 안전으로 목표 달성을 위한 이정표와 시한이 제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용후 핵연료의 발전소 호기별 이동과 조밀 저장 시설 운영으로 포화 예상 연도가 연기되는 때도 마찬가지다.
특히 관련 법과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정책 수행을 위해 필요한 연구, 기술개발, 실증 활동과 책임 주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관리 단계별 책임과 계획도 확립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편 공론화위원회는 4개월의 활동 기간 연장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요청할 예정이다. 경과 보고는 나왔지만 아직 각계 의견을 반영하기엔 부족했다는 평가다.
홍두승 위원장은 “지난 1년간 여러 의견을 수렴하려고 노력했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활동 기간 연장을 통해 보다 적극적인 소통으로 국민의 안전에 입각한 대안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명쾌한 해답은 없었다.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위원회 출범 초기 언급된 영구 처분의 필요성과 안전한 처리라는 원론적인 논의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했다. 해답보다는 앞으로 남겨진 숙제가 산적해 있음을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다. 1년 기한으로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할 당시부터 과연 만족할 만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지금 당장 신규 원전 하나 건설하는 데도 국가적 갈등이 조성되는 상황에서 40년 가까이 배출해 온 사용후 핵연료 처분을 논의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다.
이번 경과 보고에서 그나마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처분 시설 유치 지역에 별도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것과 2055년 이전까지는 처분 시설을 운영해야 한다는 정도다. 사실 월성 원전에서 중간 저장 중인 중수로형 핵연료는 이 시점에서 더 이상 갈 곳이 없기 때문에 더 늦출 수도 없는 상황이다. 처분 부지는 원전 내외를, 처분 방법은 건식과 습식을 모두 언급한 것은 할 수 있는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구체적인 결론을 내리지 못한 셈이다.
공론화위원회는 기간 연장을 카드를 꺼냈다. 올해 세월호 사건과 지방선거 등 대소사로 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다. 좀 더 많은 의견을 수렴해 관련 연구방법, 비용 조달, 처분 전문기관 유무 등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기간 연장에 대한 논란도 있다. 사용후 핵연료라는 이슈가 오랜 기간 논의한다 해서 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번 공론화 위원회의 중간 경과보고로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은 중론이다.
주사위는 산업부의 손으로 넘어왔다. 산업부의 결정에 따라 공론화위원회 활동은 올해로 끝을 맺을 수도 있고 4개월을 넘어 1년도 연장될 수 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
조정형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