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팹리스 중에서 세계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나와야 합니다. 픽셀플러스도 그동안의 실패와 성공 경험을 토대로 해외에서 더 이름을 알리는 팹리스로 크겠습니다.”
![[人사이트]이서규 픽셀플러스 대표](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14/11/19/article_19173349044001.jpg)
픽셀플러스는 지난해 매출 기준 국내 팹리스 업계 2위 기업이다. 내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중국을 중심으로 CCTV용 고성능 상보성금속산화(CMOS) 이미지센서(CIS)를 공급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픽셀플러스는 소니가 CCTV 시장의 약 80%를 점유한 고가 전하결합소자(CCD) 센서 시장을 CMOS CIS와 이미지 프로세서를 합친 통합칩으로 대체했다. 높은 기술력과 합리적인 가격, 중국 현지에 구축한 영업망을 바탕으로 실적도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창업 후 지난해 사상 최대치인 1490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픽셀플러스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2000년 창업 후 다양한 투자를 유치하며 탄탄대로를 걷다가 2005년에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하지만 이후 무리한 연구개발 투자 등으로 2006년 304억원이던 매출이 2007년 172억원, 2008년 161억원까지 급락했다. 결국 실적 부진으로 2009년 나스닥에서 퇴출되는 아픔까지 겪었다.
이서규 대표는 당시 상황을 돌아보며 “막연하게 연구개발 비용을 집행하고 직원들에게 제대로 권한을 주지 않은채 혼자서 개발과 경영을 다 하려고 했던 게 패착”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직원 60%가량을 구조조정한 뒤 남은 직원들에게 자신의 잘못된 판단을 시인하며 “다시 시작하자”고 부탁했다.
똘똘 뭉친 픽셀플러스는 ‘제2의 창업’을 선언했지만 이후에도 영업 실적이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소니의 높은 벽을 국내 중소기업이 넘기란 쉽지 않았다.
이 대표는 “2년 넘게 어려움을 겪다가 2009년 중반부터 제품이 팔리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CCTV 시장 절반 이상이 우리 제품일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픽셀플러스는 내년 IPO를 앞뒀다. 이 대표는 “어느 지역에서 상장하든 지금은 세계적으로 기업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관계없다”며 “과거 실패에 대한 뼈저린 반성 경험이 지금은 큰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픽셀플러스는 매출 90%를 해외서 낸다. 특히 중국 비중이 높다. 부품부터 완제품 설비까지 모두 갖춰진 현지 시장 상황이 주효했다.
이 대표는 “중국 현지 기업을 결코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수많은 현지 기업끼리 경쟁한 끝에 생존했기 때문에 제아무리 한국 기업 기술력이 좋다 해도 실제 사업 현장에서는 밀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지난 몇 년간 빠르게 성장했기에 올해는 내부를 정비하는데 집중했다”며 “내년부터 다시 실적 도약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소기업이 살아남는 길은 오직 기술력 뿐”이라며 “남들이 ‘어렵다’ ‘불가능하다’는 기술 분야를 개척해 그 시장의 해외 강자와 경쟁할 수 있는 분야에 진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