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디스플레이라 불리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자책 시대를 연 ‘전자잉크(E-ink)’, 디스플레이 혁신을 가져온 ‘옥사이드 TFT’.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대학에서 시작된 디스플레이 기술이라는 점이다.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우리에게 익숙한 기술과 제품 중 상당수가 대학에서 발명됐거나 혁신의 기초가 됐다. 기업이 세상을 바꿀 기술을 만들기 위해선 대학연구의 발전과 산학연 협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대학은 신기술 개발의 요람으로, 또 산업역군을 육성하는 배움터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디스플레이 산업 경쟁에서 인재의 필요성은 더 절실하다.
이제는 막대한 설비투자를 통한 규모의 경제로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하는 시기를 지나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차별화된 기술과 제품이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을 바꿀 혁신적 기술과 제품 개발을 위해선 수많은 인재들이 화수분처럼 쏟아져 나와 새로운 도전과 연구를 지속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디스플레이 강국의 조건으로 뛰어난 인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이를 뒷받침해 주는 인재 양성 인프라도 이 못지않게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디스플레이산업에 고급인재와 전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의 미래를 얘기하면서 상대적으로 인재 양성에는 관심을 덜 기울인다는 점이다.
최근 산학 프로그램에서 대학생 또는 대학원생을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눠 보면,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은 있으나 막상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고 실물 산업을 접할 기회도 많지 않다고 한다.
최근 업계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인지해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다양한 산학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업체별로 대학과 연계해 매년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디스플레이 기술 강좌를 정규 개설하고, 회사의 최고 전문가들이 산업계에 필요한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KIDS)와 함께 방학기간을 이용해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디스플레이 교육 프로그램을 4년째 진행해 2200여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독특한 산학장학생 제도를 만들어 업계가 요구하는 필요역량과 개인별 전공을 연계해 심도 있게 학습하도록 지원함으로써 산업 현장에 바로 힘이 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산업계 전반적으로는 인재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며 기업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기업체와 더불어 정부와 학계, 연구소 등 모두가 합심해 미래 디스플레이를 책임질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기업은 산학 협력 방안을 더욱 다양화함으로써 실제 현장에서 요구되는 능력과 기술을 전달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해야 한다. 대학은 디스플레이 전공학과 및 관련 커리큘럼을 더 많이 신설해 학생들이 미리 디스플레이 산업을 공부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 역시 장기적인 플랜을 세워 디스플레이 맞춤형 창의 인재 양성을 위한 정책 지원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좀 더 욕심을 낸다면 산학연이 혁신적 기술개발에서 더욱 유기적인 선(善)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기초 연구를, 연구소에서는 기술 창조를, 업계에서는 디스플레이로 상업화하는 삼각 편대를 이룬다면 디스플레이 산업 발전의 든든한 인프라가 될 것임은 물론이고 인재 양성 차원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미래 인재들이 마음껏 실력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을 펼치는 데 디스플레이인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때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