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아틸라 더 실라
2
아기는 흉측했다. 누구도 반기지 않을 아기의 모습은 흉측했다. 아기와 팔과 다리는 그 길이가 각각 달랐다. 병신이었다. 손가락도 없었다. 발가락도 없었다. 병신이었다. 시녀들이 놀란 눈으로 호노리아 공주를 보기만 했다. 아기를 차마 삶 속으로 끌어올 수 없었다. 어떤 시녀는 달아나버렸다.
“신의 징벌이야야. 징벌.”
아이를 안았던 시녀도 아이를 가만히 내려놓고 쏜살같이 나가버렸다. 호노리아 공주는 자신의 삶이 징벌로 끝나려 하는 것을 직감했다. 그저 딸일거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녀는 방금 출산한 여자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우악스럽게 일어나 아기를 안았다. 그리고 보았다. 호노리아 공주는 괴물을 보았다.
“아들이야. 아들...”
그녀의 목소리는 끊어지듯 기어들어가고 있었다. 갑자기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더니 자신이 낳은 아기를 획 던져버렸다.
“엑!”
던져진 아니는 태어나서 한 번도 울어보지 못한 채 짧은 목울음만 슬쩍 토한 채 죽어버렸다. 아기는 태어난 그대로 피투성이였다. 아기의 탯줄은 호노리아 공주와 아직 연결되어 있었다.
“악, 악!”
남아있던 시녀들이 기겁을 하며 도망가버렸다. 호노리아 공주는 아직도 피흘리는 음부를 드러낸 채 아기를 다시 잡아올렸다. 연결된 탯줄이 강렬했다. 그녀는 아기를 와작와작 먹기 시작했다.
“나는 아들을 낳았다. 아틸라의 아들을 낳았단 말이다. 아들을...”
호노리아 공주도 피투성이었다. 아기와 마찬가지로.
“떠나라!”
로물루스는 아버지 오에스테스를 쳐다보았다.
“이곳을 떠나서 준비하고 기다려라.”
“아버지...”
“나는 지상의 최고의 영웅 아틸라를 위해 싸웠지만 결국 나의 꿈은 내 아들 로물루스가 로마의 황제가 되는 것이었다.”
로물루스는 아버지를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는 로마 입성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또 아틸라를 배신하는 것은 장차 큰 화를 입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오에스테스는 아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의 손은 천근의 무게를 지니고 있는 듯 했다. 로물루스는 어깨가 눌려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어쩌면 자신이 잠시 다스려야 할 로마의 무게였다. 그러나 아틸라가 지녀야 할 로마의 무게였다.
“지금은 아닙니다. 때가 아닙니다. 아틸라는 아직 건재하고 그의 아들들은 아직 건강합니다.”
오에스테스는 그의 어깨를 더욱 강하게 눌렀다. 그의 어깨가 찌그러졌다.
“내가 너의 이름을 로물루스라고 명명했는지 모르겠느냐? 로마를 건국한 로물루스와 같은 이름이다. 로물루스는 형제 레무스를 죽였다. 너의 위대함은 아틸라와 형제다.”
오에스테스는 로물루스의 어깨에서 손을 때고 그를 밀어버렸다.
“가. 가. 가란 말이다. 가.”
오에스테스는 아들을 내쫒았다. 로물루스는 뒤로 물러나며 도망치듯 나가버렸다. 오에스테스는 숨을 내몰아쉬었다. 극도의 긴장과 환희였다.
“가라. 가서 로마를 건국한 로물루스의 창을 팔라티노 언덕에 다시 꽂으란 말이다.”
로물루스는 도망치며 나오다 에데코의 아들 오도아케르와 부딪혔다.
“무슨 일이야? 로물루스.”
로물루스는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저만치 달려가버렸다. 오도아케르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로물루스와 오도아케르, 두 사람은 서로 로마를 살리고 죽일 적대적 세력의 시작이었다.
미사흔이 신라 근처에 당도한 것은 깊은 밤이었다. 고요하다 못해 무섭기까지 한 신라의 깊은 밤은 그래도 포근했다. 미사흔은 신라의 밤 공기를 들이마셨다. 아, 달디 달았다.
“공기마저 익숙합니다.”
에첼이 조용히 읊조렸다. 미사흔은 말에서 내렸다. 어쩐지 힘이 없어 보였다.
“이곳까지 어찌 왔는지 모르겠다. 지치는구나.”
미사흔의 얼굴은 백지장이었다. 누가 보아도 아픈 기색이었다. 에첼은 덜컥했다.
“좀 쉬었다 가는게 나을 듯 합니다.”
에첼은 부러 걱정을 내비치지 않고 담담히 말했다. 그런데 미사흔이 타고 왔던 말이 자꾸 미사흔을 일으켰다. 말은 자신의 얼굴을 미사흔의 등을 밀었다. 일어나라 일어나라 했다. 미사흔이 고개를 돌려 말을 보았다.
“이놈이 왜 이러나?”
미사흔은 겨우 몸을 일으켰다. 미사흔은 말에 올라탈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제 너도 좀 쉬어야지.”
미사흔은 말고삐를 잡고 걸었다. 말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계속 걸었다. 서늘한 바람이 오고갔다. 댓이파리들이 날아다녔다. 말이 멈추었다.
“앗!”
미추왕릉 앞이었다. 미사흔은 말을 쳐다보았다. 다시 에첼을 쳐다보았다.
“누구의 무덤입니까?”
미사흔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미추왕릉 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홀연히 사라졌다. 에첼이 소리질렀다.
“왕자님, 왕자 미사흔!”
대이파리들이 쏟아져 내렸다.
글 소설가 하지윤 lif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