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첨단소재산업, 틈새시장 공략으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

일본, 독일 등 해외 글로벌 화학기업이 세계 첨단소재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틈새시장을 공략한 국내 소재전문 기업의 약진이 돋보인다. 정면대결로는 시장 선점기업을 따라잡기 어렵지만 특화 분야에서 차별화를 통해 자리매김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첨단소재와 SKC코오롱PI, 코프라 등 국내 소재전문 기업들의 각 사업분야 점유율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한화첨단소재는 GMT(유리섬유 강화 열가소성 플라스틱)와 LWRT(저중량 강화 열가소성 플라스틱) 등 차량용 경량복합소재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한화L&C에서 건축자재부문을 매각하고 차량 경량화소재 등 첨단소재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세계 시장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는 GMT는 강도가 강철과 거의 비슷하면서 무게는 20~25%가량 더 가볍다.

현재 차량 범퍼와 언더커버 등 일부 부품에 주로 적용되고 있다. 전체 차량용 소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이를 기반으로 제품군을 확대해 시장 잠재력이 큰 경량화 부품소재 전반으로 사업영역을 넓혀 나간다는 전략이다.

김상균 한화첨단소재 자동차소재기획팀장은 “범퍼와 언더커버 외에도 차량 뒷자석 선반과 헤드라이너 등 적용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며 “GMT와 LWRT 단일소재 뿐만 아니라 철과 같은 금속소재와 복합해 성능을 높이는 등 활용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합작사인 SKC코오롱PI는 폴리이미드(PI)필름으로 세계 시장 선두자리에 올랐다. PI필름은 영상 400도 이상의 고온과 영하 269도의 저온을 견디는 고기능성 소재다. 초기 우주항공 분야에 주로 사용되는 틈새시장에 가까웠으나 최근 전자기기용 연성회로기판(FCCB, FCCL)과 방열 시트 등 활용영역이 광범위하게 확장됐다. 특히 전자기기 발열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함에 따라 발열 시트 관련 매출이 급부상했다.

대구에 소재한 파인세라믹 전문기업 쌍용머티리얼은 전자레인지용 마그네트론 스템 세라믹으로 세계시장 1위(35%)를 지키고 있다. 페라이트 마그넷과 기계공구, 산업용 파인세라믹, 에너지·환경·바이오세라믹 등 파인세라믹 소재 산업이 주력이다.

특히 페라이트 마그넷은 자동차나 백색가전 모터에 들어가는 자석으로 고가의 희토류 자석을 상당부분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파인세라믹 생산 기술을 바탕으로 각종 세라믹 응용 첨단소재로도 저변을 넓혀나가고 있다.

한 소재 전문업체 관계자는 “해외 대기업이 주요 소재 시장을 이미 선점한 상황에서 정면승부로 시장에 진입하긴 어렵다”며 “틈새시장에서 기술력과 인지도를 쌓아 점차 관련 분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국내 업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