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2000만대 시대 개막은 진정한 자동차 선진국 진입을 알리는 지표다. 시장 규모와 생산 능력을 모두 갖춰야 가능한 고지다. 하지만 시장 포화에 따라 성장이 둔화되는 등 ‘선진국 딜레마’의 징후도 발견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후방 산업구조 재편과 차세대 친환경차 개발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의 본격적인 성장은 1960년대부터 시작한다. 1945년 자동차 등록제 시행 당시 등록대수는 7000여대에 불과했지만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국민소득 증가가 자동차 시장 성장으로 이어졌다. 1960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는 3만1000대 정도에서 이후 경제 성장과 함께 자동차 수요도 늘었다.
1960년 본격적으로 경제 성장이 시작된 후 1980년 자동차 등록대수가 52만8000대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50만대를 넘어섰다. 20년 동안 국내에 등록된 자동차가 16.8배 증가한 셈이다. 이후 내수 시장은 더욱 급격하게 성장하며 50만대 돌파 이후 불과 5년 만인 1985년 자동차 등록대수가 100만대를 넘어섰다.
경제 성장이 절정기에 이른 1990년대는 국내 자동차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한 시기다. 1992년 자동차 등록대수 500만대를 거쳐 1997년에는 자동차 등록대수가 1000만대를 돌파했다. 10년 만에 시장이 10배 넘게 커졌다.
쾌속 성장을 이어가던 국내 자동차 시장은 IMF 경제 위기 직격탄을 맞았다. 1998년 자동차 등록대수가 전년 대비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등록제 시행 이후 매년 계속되던 두 자릿수 성장이 멈춘 것도 1997년(전년 대비 9.0%)이다. 이후 저성장 기조가 유지되면서 성장률이 매년 내리막을 걸었다. 특히 2004년 이후에는 성장률이 2~3%에 머물렀다. 1997년 자동차 1000만대 등록 이후 2000만대 등록에 이르는 데만 17년이 걸렸다.
명실상부 자동차 선진국에 진입했지만 성장이 둔화되는 이른바 ‘선진국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시장이 포화된 탓도 있지만 소비자도 지갑을 닫았다. 자동차 교체 주기는 2004년 6년이었으나 2013년에는 7년 3개월로 늘었다. 교통 정체 심화와 유류비 상승, 자동차 내구성 향상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다.
내수 시장이 정체된데다 수출 시장에서도 뾰족한 답이 없어 업계 고민은 더욱 깊어갈 수밖에 없다. 국내 자동차 업계 내수 판매량은 지난 2002년 162만대를 기록한 후 지금까지 한 번도 150만대를 넘지 못했다. 특히 최근에는 2011년 148만대 판매 이후 2012년 141만대, 작년 138만대를 팔아 2년 연속 하향세를 보였다.
자동차 선진국답게 소비자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수입차와의 경쟁도 관건이다. 내수 판매에서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2년 처음 10%를 돌파한 후 올해 11월 기준 14.2%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또 10월 기준으로 105만대가 등록돼 1988년 시장 개방 이후 27년 만에 처음으로 ‘수입차 100만대 시대’가 열렸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최근 우리나라 자동차 내수 시장을 수입차가 잠식하고 있다”며 “점유율이 15% 가까이 되면서 차급이나 트렌드, 마케팅 이벤트 자체를 수입차 업계가 리드하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2000년대 들어서는 해외 수출이 급격히 늘었다. 자동차 수출은 2004년 238만대로 처음 200만대를 돌파한 뒤 2011년 315만대로 올라섰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 확대로 2012년에는 317만대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고, 작년에는 308만대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향후에도 국내 자동차 생산 기반은 점진적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협회 관계자는 “한국 자동차 산업이 성숙하면서 고비에 접어들었다”며 “국내 자동차 생산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수출도 더 이상 성장이 어렵다”고 평가했다. 또 “중·소형급에서 가격 경쟁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환율 요인 외에도 원가 경쟁력 자체를 많이 상실했다”며 “자동차 2000만대 등록을 기반 삼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결국 자동차 2000만대 시대에는 지금까지와 다른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만큼 단순 자동차 판매 외에도 애프터마켓이나 자동차 기반 서비스가 새 수익원으로 거론된다. 또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전기자동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 친환경차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는 만큼 충전 인프라 확장과 기술 개발도 정부와 업계 과제로 제시됐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