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25일 발표된 국제전기통신연합(ITU) 2013년 ICT 발달지수(IDI)에서 간발의 차(0.01점)로 덴마크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이 조사가 처음 시작된 2009년 2위를 차지한 이후 2010년부터 유지해 온 ICT 최강국 지위를 내줬다.
국가 영국(5위)별로 보면 지난해 2위였던 덴마크가 1위로 올라선 것을 비롯해 스웨덴(3위), 아이슬란드(4위), 노르웨이(6위), 네덜란드(7위), 핀란드(8위), 룩셈부르크(10위) 등 유럽 8개 국가가 10위권에 포진하면서 강세를 보였다. 일본이 11위를 차지했고 미국은 14위에 올랐다. 중국은 86위에 그쳤으며 북한은 166개 조사 대상국에 포함되지 않았다.
순위 하락은 아쉬운 측면이 없지 않다. 상대적으로 영어권 국가에 유리한 잣대가 이번에 처음 도입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우리나라가 82위를 차지한 ‘인터넷 이용자 대비 국제인터넷 대역폭’ 지표다. 이는 한마디로 ‘인터넷을 하면서 얼마나 해외 콘텐츠를 이용하느냐’는 것이다. 전 세계 영어 콘텐츠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영어권 국가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한글 콘텐츠 이용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에 불리하다. 덴마크는 이 수치가 우리보다 9배 가까이 높다. 79위를 차지한 ‘인구 100명당 이동전화 가입자’ 지표 역시 선불폰 발달로 1인당 2개 이상의 휴대폰을 사용하는 인구가 많은 유럽 국가가 유리하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평가 잣대의 불리함을 일본 등 주변국과 공동으로 항의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면서 “국가별로 객관적인 ICT 현황을 정확히 반영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순위가 한 계단 내려가긴 했지만 ITU는 보고서에서 국내 ICT 발달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보고서는 “한국은 2002년 3G 통신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고 2011년에는 처음으로 LTE를 상용화한 국가”라면서 “올해부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와 5G 기술개발을 공동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소개했다.
또 “이미 2012년에 LTE 전국망이 가능했던 한국은 2012년과 2013년 사이 인구 100명당 이동통신 가입자 수가 105.1에서 105.3으로 조금밖에 증가하지 않을 정도로 무선 시장이 포화상태”라면서 “이 때문에 이통사와 정책 당국의 관심사가 무선 접속에서 속도와 서비스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우수한 ICT 인프라를 보유했으면서도 통신비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국민총소득(GNI·2만5920달러)에서 연간 평균 이동통신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0.86%로 166개국 가운데 33위였다. 1년간 벌어들이는 소득 가운데 0.86%만을 통신비로 사용한다는 의미로, 133개국은 우리보다 통신비 비중이 높다는 뜻이다.
특히 물가수준을 반영한 ‘구매력평가지수(PPP)’로 환산한 우리나라 월평균 통신비는 22.23으로 미국(35.62), 일본(30.87), 프랑스(34.33), 이탈리아(31.67), 영국(34.89), 스페인(37.06) 등보다 훨씬 낮았다.
<2013 ICT 발달지수(IDI) 국가별 현황 자료:ITU, 미래부>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