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및 방위산업 계열사 매각으로 삼성 승계구도가 명확해졌다는 평가다.
매각이 결정된 부문은 타 사업부와의 시너지에 한계가 있었고 무엇보다 수익성 의문으로 승계작업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 많았다.
이 때문에 화학 부문이 오너 일가 가운데 누구에게 넘어갈지에 관심이 많았다. 다만 삼성테크윈 등이 삼성물산 플랜트 사업과의 시너지가 기대됐고 또 오너 중에는 유일하게 삼성종합화학 지분을 보유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화학 부문을 승계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 사장은 호텔, 유통과 함께 상사를 가져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플랜트 시장 전망이 밝지 않은 가운데 일본 경쟁사들이 엔저를 무기로 치고 나오고 있고 여기에 삼성테크윈의 기술 잠재성도 한계를 보이면서 인수에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을 것이란 반응이다. 최근 주력 계열사 실적 개선이 절실한 상황에서 이들 기업을 챙기는 것이 쉽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삼성테크윈은 방산 비리사건에 연루되는 등 그룹에 부정적인 이미지로 내비칠 수 있다는 점도 매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화학과 방산 부문이 정리되면서 그룹 구조는 전자, 금융, 건설·중공업, 서비스 등으로 단순화됐다.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금융 등 그룹 주력사업 부문을 승계하는 구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부진 사장은 호텔·상사·유통·레저 부문 그리고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사업 부문 사장은 패션사업과 광고·미디어 사업(제일기획)을 전담하는 구도로 윤곽이 나타난다.
다만 건설부문만은 여전히 그림이 명확치 않다. 삼성의 건설 사업은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제일모직 등 여러 계열사로 흩어져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제동이 걸린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재추진과 함께 삼성물산이 다른 계열사의 건설 부문을 흡수하면서 어느 정도 정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의 구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양대 축으로 한 전자·금융 부문에 주력하고 이부진 사장은 호텔과 유통, 상사, 레저 부문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부진 사장은 2010년부터 삼성물산 고문 직함을 유지하고 있지만 건설 부문을 제외한 상사 부문의 직함이다. 이서현 사장은 제일모직 패션사업 부문과 제일기획을 맡고 있어 승계 분야가 비교적 뚜렷하게 정리돼 있다.
매각되는 삼성그룹 네 개 계열사에는 오너 일가 지분이 거의 없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보유한 삼성종합화학 지분 4.95%와 이 회장의 삼성종합화학 지분 0.97% 정도가 전부다. 이부진 사장은 2007년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으로부터 지분 33.18%를 인수해 삼성석유화학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어 올해 4월 삼성석유화학이 삼성종합화학에 흡수 합병되면서 현재의 삼성종합화학 지분을 갖게된 것이다. 매각 결의에 따라 이 사장이 보유한 삼성종합화학 지분도 한화그룹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화의 빅딜이 오너 3세의 지분 구조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재용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5.1%와 삼성SDS 11.3%, 삼성전자 0.6%, 삼성자산운용 7.7% 등을 갖고 있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은 제일모직 지분 8.3%, 삼성SDS 지분 3.9% 등을 갖고 있다.
김준배·이형수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