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 아래 당초 2011년 시작키로 했던 서남해 2.5GW 해상풍력 사업 착수 시기가 결국 또 내년으로 늦춰질 전망이다. 풍력발전기 단가 협의까지 마무리 돼 4년에 걸친 준비가 8부 능선을 넘었지만, 토목공사 등 설치비와 건설 후 발전단가 하락에 따른 사업성 부족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두산중공업 등 서남해 해상풍력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풍력 업체들은 이달 중순께 사업 총괄 주체인 한국해상풍력에 최종 사업제안서를 제출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제안서가 승인되면 사업 발주 등을 거쳐 즉시 사업에 착수할 수 있는 상태지만 한국해상풍력의 검토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0년 서남해 해상풍력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2011~2014년 100㎿ 실증사업, 2015~2016년 400㎿ 시범사업, 2017~2019년 2GW 확산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예정됐던 실증사업기간 4년이 다 지나도록 착수조차 못할 상황에 처했다.
그동안 사업이 지연된 것은 국방부와 레이더 관련 협의, 해수부의 공용 수역 관리, 지역 어민들의 어업권 보상, 풍력 업체와 제품 공급·설치 계약 문제 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최근 이 같은 걸림돌들이 대부분 해결되고 에너지기술평가원 해상풍력추진단이 진행한 ‘해상풍력발전기 적정단가 협의’를 통해 풍력업체의 발전기 가격 조율도 끝마쳤다.
풍력업체는 조율된 가격을 토대로 제안서를 제출했으나 정부 지원 정책에 달린 사업성 확보 문제 때문에 한국해상풍력이 승인을 주저하고 있다. 해상풍력사업의 사업비 회수와 수익은 전력가격(SMP)과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판매가격에 달려있는데 최근 SMP가 하락 추세에 있고 해상풍력에 책정된 REC 가중치 2.0은 국내 여건으로 봤을 때 너무 낮게 책정된 것으로 평가된다.
수심 20m 내외인 해외 사례와 비교해 서남해는 50~60m가량 지지대를 깊게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토목공사비가 많이 들고, 바람도 적은 편이라 전력 생산량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SMP와 REC 모두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추진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초기 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과감하게 REC(4.0 정도)를 상향 조정하거나 SMP 수준에 따라 변동 적용하는 식의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풍력 업계는 주장한다. 또 안정적인 투자 유도를 위해 발전차액지원제도(FIT) 활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는 해상풍력이 다른 신재생에너지원에 비해 가장 높은 REC 할증을 받고 있어 추가 상향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풍력업체 관계자는 “원자력발전소 규모를 대체할 수 있는 해상풍력사업이 늦어지면서 풍력업체나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를 수행할 발전사들은 답답한 상황”이라며 “사업에 조속히 착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사업성 확보에 필요한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기대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