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프라이데이가 글로벌 B2C 소매시장 벽을 허물고 있다.
똑똑한 소비자가 전 세계 온라인쇼핑몰을 돌아다니며 제품 가격을 비교하면서 블랙프라이데이 쇼핑 특수에 눈을 떴다. 이에 맞춰 기업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구매 및 배송 대행서비스에 나서자 ‘귀찮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던 사람들도 속속 해외 직접구매(직구)에 나섰다. 국내와 비교해 절반 이상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되자 배송에 2주 안팎을 기다려야 하는 불편에도 직구에 뛰어들었다. 이제는 하나의 마케팅 채널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계도 이에 적극 대응하는 추세다. LG전자는 지난해까지 해외 직구 TV에 대해 애프터서비스(AS)를 하지 않았지만 올해 정책을 바꿨다. 블랙프라이데이 쇼핑의 특징은 대폭 할인되는 가격이다. 부대비용은 물론 2주를 기다리는 부담을 감수할 정도로 저렴하다.
김혜인 세븐존 마케팅팀장은 “국내 대기업 49인치 LED TV는 블랙프라이데이 특가로 399달러(약 44만원)에 판매된다”며 “배송비와 세금을 합쳐도 60만원이면 구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몰테일 관계자는 “지난해 3000대 수준이었던 TV 직구 건 수가 올해는 10월까지 1만1000대에 달했다”며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기간인 11·12월에 거래가 급증하는 만큼 올해는 2만대 안팎 TV 직구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 직구는 북미에 그치지 않는다. 직구 물품 운송을 대행하는 물류업체 범한판토스는 거래 국가가 지난해 미국·일본에서 올해는 독일·영국·프랑스·중국 등 9개국으로 확대됐다. 역시 똑똑해진 네티즌이 북미 이외 다른 지역시장을 노크한 결과다.
올해 국내 직구 시장 규모는 적게는 1조6000억원에서 많게는 2조원까지 육박할 것으로 본다. 직구를 즐기는 소위 ‘직구족’들은 구매 목록을 준비해놓고 해외 사이트에서 블랙프라이데이 쇼핑 시즌 인하된 가격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아직 정확한 규모를 예측하기는 이르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2년 7억720만달러(약 7790억원)에 불과했던 직구시장 규모는 지난해 10억4000만달러로 확대됐다. 올들어서는 지난달까지 12억2769만달러로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관세청 관계자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언론 보도가 등장하면서 직구 시장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직구 시장은 앞으로 더 커진다. 이미 구매 및 배송대행업체 수는 100곳을 넘어섰으며 최근 직구 확대와 함께 계속 증가세다. 대행업체의 사업확장 규모도 상당하다. 이달에만 몰테일은 미국 동부 창고를 3배 확장했다. 위메프박스도 기존 뉴저지, 오리건, 캘리포니아 3곳 창고에 추가로 델라웨어에도 창고를 오픈했다.
직구 시장만 있는 것은 아니다. 똑똑해진 해외 소비자들이 인터넷쇼핑이 발달한 한국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역시 블랙프라이데이 여파다. 북미에서만 펼쳐지는 블랙프라이데이 쇼핑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으면서 우리 기업도 적극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닷컴은 블랙프라이데이를 기념해 영미권 소비자를 대상으로 물건 하나를 사면 추가로 하나를 더 주는 ‘1+1’ 특별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할인쿠폰에 배송비 할인 혜택도 준다. 이미 G마켓을 필두로 11번가가 2012년 오픈한데 이어 올들어 롯데닷컴, 인터파크, GS샵, 갤러리아몰 등이 해외배송서비스에 들어가 있다. 한 인터넷쇼핑몰업체는 중국 최대의 쇼핑일인 광군제(11월11일)에 별도의 마케팅을 펼치지 않았음에도 하루 매출이 전날 대비 3.5배, 전주 대비 4배 늘어나는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역직구는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 직구가 수입이라면 역직구는 수출 개념인 만큼 부가가치 창출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온라인 쇼핑몰 구축사업을 펼치고 있는 카페24에 따르면 올 상반기 외래어별 인터넷쇼핑몰 개설 수는 영어 4800곳, 중국어 3400곳, 일본어 3100곳에 달한다.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해 60~80%가량 늘어났다.
직구뿐만 아니라 역직구 시장도 급증한다. 직구 통계를 내고 있는 관세청은 9월부터 역직구 통계 파악에도 착수했다. 배송대행업체 관계자는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한국에서의 구매물량이 늘어나자 북미에서 한국을 겨냥한 맞춤형 마케팅을 펼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닷컴 관계자는 “중화권 나라에서 글로벌 사이트 방문이 증가하고 있다”며 “웨이보 등 현지 특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