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스 있는 소재부품 CEO들 "중국과 경쟁 아닌 팔 수 있는 사업을 하라"

‘중국과 경쟁하지 말고, 중국에 팔 수 있는 사업을 하라.’

시장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선두 소재·부품업체들이 찾아낸 해답이다. 업계 스타 전문경영인(CEO)들은 발 빠르게 중국 내수 시장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기존 하드웨어 중심 정보기술(IT) 사업으로는 중국 기업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앞으로 융합 기술을 무기로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소재부품 업체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봉우 STS네트웍스 대표
이봉우 STS네트웍스 대표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봉우 전 멜파스 대표는 STS네트웍스라는 회사를 설립한 후 나노 다이아몬드를 활용한 화장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 대표는 신생 벤처기업 멜파스를 국내 터치스크린패널(TSP) 1위 기업으로 키운 인물이다. 당초 나노 다이아몬드는 스마트폰 메탈 케이스 강도를 높이기 위한 표면처리용으로 개발했다. 그러나 나노 다이아몬드가 약물전달시스템(DDS) 성질이 있는 것을 알고 화장품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최고급 화장품을 개발해 중국 상류층을 타깃으로 사업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상옥 유양디앤유 대표
김상옥 유양디앤유 대표

TV 전원공급장치 등을 생산하는 유양디앤유는 발광다이오드(LED) 기반 식물 공장으로 중국 시장 진출에 출사표를 던졌다. 최근 중국 칭다오에 200㎡ 규모 식물공장을 건립해 상추·딸기 등 유기농 제품을 재배하고 있다. 중국 상류층들이 친환경·고급 식품을 선호하는 만큼 식물 공장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판단했다.

유양디앤유는 당초 자체 기술로 LED를 개발했지만, 중국 기업들의 추격이 빨라지면서 단순 LED 판매에서 식물공장 등 솔루션 사업으로 무게 축을 옮겼다. 이 회사 김상옥 사장은 중국 내수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사업 방향을 발 빠르게 틀었다. 20년 이상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면서 현지 소비자들의 성향을 체감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이상대 아이엠헬스케어 대표
이상대 아이엠헬스케어 대표

아이엠헬스케어도 헬스케어 기술로 중국에서 주목받는 한국 기업이다. 이 회사 이상대 사장은 모회사 아이엠에서 광픽업 모듈·카메라모듈 자동초점(AF) 액추에이터·LED 등 사업을 경험한 인물이다. 기존 주력 사업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헬스케어 신규 사업에 뛰어들었다. 특히 헬스케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 시장을 염두에 뒀다.

아이엠헬스케어는 최근 개발한 사물인터넷(IoT) 기반 체성분 분석기로 중국 시장 진출에 성과를 보이고 있다. 학교·보건소 등 중국 공공 의료 시장을 공략한 게 주효했다. 중국 정부는 학생들의 건강상태를 관리해 국가 의료비용을 줄이는데 힘쓰고 있다. 아이엠헬스케어는 최근 몇몇 중국 지방정부와 양해각서(MOU)를 교환했으며, 일본 정부와도 공급계약을 진행 중이다.

소재업계 한 전문가는 “중국 기업과 경쟁하는 소재·부품 업체들은 사업 구조를 고부가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며 “원천 기술 수준을 높이고, 융합기술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