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전력공급에서 원자력발전이 최우선이다. 에너지원의 9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가 가장 편하게 선택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 필요한 에너지원은 신재생에너지원이다. 수입할 필요도 없고 환경오염도 없기 때문이다. 그중 풍력과 태양광은 자연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말 그대로 공짜 에너지원이다. 원자력처럼 공간 제약이 따르고 폐기물 처리에 많은 비용과 사회적 갈등이 따르지 않는다.
전력을 값싸게 쓰고 있는 우리는 풍력과 태양광을 망각하고 있다. 원유나, 우라늄을 비싸게 수입해 에너지를 값싸게 쓰면서 경제성 논리로 신재생에너지를 등한시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우리 풍력산업은 신재생보급의무제도(RPS) 시행으로 일대 전기를 맞는 듯했다. 하지만 한국 풍력발전 단지는 수익사업에만 혈안이 된 개발사업자들에 의해 외국제품의 전시무대가 됐다. 국산제품이 이제 막 시장에 풀리고 있지만 특기할 만한 트랙레코드가 없어 외국제품의 그늘에 가려진 상황이다.
정부 신재생에너지 보급정책이 차액보상제도에서 의무할당제(RPS)로 전환돼 투자 장려 및 보급계획이 속속 발표되고 있지만 현실은 육상·해상풍력 단지개발에 아직까지 족쇄가 남아있어 사업 추진이 자유롭지 못하다. 그간 정부 R&D 자금으로 풍력발전기를 개발해온 기업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이 풍력산업을 사지로 몰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해상풍력사업이 궤도에 올라서야 한다. 해상풍력산업은 세계 최고의 조선 분야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반산업을 더욱 부흥시킬수 있는 아이템이다.
풍속이 육지보다 빠르고 출력 또한 증가하는 장점이 있어 비싼 건설 비용을 상쇄할 수 있다. 대형 풍력발전기 설치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도 있다. 건설작업이 해양플랜트 제작 및 설치와 매우 유사하다. 이 때문에 대형 조선소나 중공업이 대형 해상풍력발전 시스템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하지만 최근 기업 참여가 시들해졌다. 서남해 2.5기가와트(GW) 해상풍력사업에는 당초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효성중공업, 두산중공업이 참여하기로 했으나 최근 삼성과 효성이 돌연 참여를 포기했다. 암담한 우리 풍력산업의 단면이다. 삼성중공업은 스코틀랜드 해안에 세계 최대 규모인 7메가와트(㎿) 시제품을 설치, 시운전해 우리 모두를 흥분케 했다. 하지만 설치한 제품의 성능을 보완하기도 전에 고장, 결함타령을 했다.
냉정하게 아직 우리 기업은 선진국 제품에 대응할수 있는 풍력발전기를 만들지 못한다. 우리나라에 외산 제품이 계속 설치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우리 풍력설비 용량이 570㎿를 넘어섰지만 풍력시스템, 부품개발에만 치중하느라 풍력단지 운영에 필요한 유지보수 전문 인력을 양성하지도 못했다. 그동안 석·박사 중심의 고급인력 양성에 정부가 많은 힘을 쏟았지만 실제 현장에 필요한 전문인력 양성은 간과한 것이다. 안전분야도 마찬가지다. 안전교육은 풍력설비 유지보수 작업에 투입되는 엔지니어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선진국처럼 이와 관련된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안전교육을 받지 않은 엔지니어가 현장에 투입되면 사업장 운영책임자가 형사상 책임을 물게 되는 것이 선진국 운영체계다. 이 모든 숙제를 해상 풍력사업을 통해 풀어야 한다. 풍력산업의 역할은 다양하고 유용하다. 삼면이 바다고 금수강산인 우리나라의 바람을 등에 업고 풍력산업 육성을 통해 청정에너지를 얻고 고용창출을 이뤄내는 모습을 보고 싶다.
손충렬 목포대 교수(세계풍력협회 부회장) scy733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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