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 공학교육 혁신방안과 성과 좌담회

대한민국 산업발전과 경제성장에 공과 대학과 공학인은 적지 않은 기여를 해왔다. 하지만 산업계는 대학 교육과 현장의 괴리가 큰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고 학생들이 공대 진학을 점차 피하는 ‘이공계 기피현상’이 지속되면서 공학 교육의 혁신과 변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공학교육 혁신방안과 성과 좌담회가 지난 27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다. 데니스 홍 교수는 “미국의 학생들은 몸으로 체험하고(Hands on), 마음으로 느끼는(Mind on) 교육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은 엔지니어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데 엔지니어가 위대한 사람(Super Hero)이라는 인식을 어릴 때부터 미디어 등을 통해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공학교육 혁신방안과 성과 좌담회가 지난 27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다. 데니스 홍 교수는 “미국의 학생들은 몸으로 체험하고(Hands on), 마음으로 느끼는(Mind on) 교육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은 엔지니어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데 엔지니어가 위대한 사람(Super Hero)이라는 인식을 어릴 때부터 미디어 등을 통해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전자신문은 ‘2014 공학교육페스티벌’네 맞춰 교육부,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공학교육혁신협의회와 공동으로 공학교육혁신방안과 추진성과를 점검하고 우리 공학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정부 부처와 학계, 산업계 등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공학교육의 현실과 사회 분위기, 향후 개선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참석자

△장동식 공학교육혁신협의회장

△한석수 교육부 대학지원실장

△데니스 홍 UCLA 교수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

△박경희 한국오라클 부사장

※사회= 김승규 전자신문 소재부품산업부 차장

◇사회(김승규 전자신문 소재부품산업부 차장)=최근 대학에서 이공계가 홀대받고 있고 사회적으로 위상도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많다. 업계에서는 실제 필요한 인력 배출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공학교육 혁신을 위해 정부에서는 어떤 정책을 추진하고 있나.

◇한석수 교육부 대학지원실장=국내 공과대학의 교육내용을 분석해보면 기초 전공교육이 양적, 질적 측면에서 다른 나라보다 취약하다는 평가다. 올초 공개대학혁신위원회가 출범하고 지난 8월 혁신방안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기본적으로 공대교육과 연구의 현장지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교수 평가가 과학논문인용 색인(SCI)논문 등에만 치우치지 않도록 산학협력을 보다 강조하도록 변화를 줬다. 교수 경력관리도 교육과 연구, 산학협력 등 주요 트랙으로 분류해 잘 하는 분야에 특화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결과가 이론으로만 머무르지 않고 기술사업화까지 이어지도록 사업화연계기술개발사업(RNBD) 예산도 신규로 확보했다. 내년 상반기부터 실제 교육현장에 적용되고 구체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진흥원에서는 공학교육혁신센터와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사업 등을 집행하고 평가하는 등 총괄 관리하고 있다. 다양한 산학협동 과정을 만들어 대학과 기업이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산업현장에서 이공계 학생들의 문제해결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졸업논문 대신 작품을 설계·제작하도록 하는 교육프로그램인 캡스톤디자인과 같은 교육 과정이 잘 추진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산업계의 요청에 의한 해외 대학과 협력도 실현하고 있다.

◇사회=공학교육의 변화를 위해 각 대학 내에 공학교육혁신센터가 설치돼 운영 중이다.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되나.

◇장동식 공학교육혁신협의회장(고려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혁신센터는 무엇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일을 한다. 캡스톤디자인을 비롯해 혁신에 필요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산학협력 방안을 시범적으로 먼저 시행해 보고 그 효과를 검증하는 역할이다. 결과가 좋은 프로그램과 사업은 더 많은 예산과 자원이 있는 곳으로 넘기고 센터는 다시 또다른 아이디어로 시험에 나선다. 각 대학에 설치된 센터에서 일어나는 혁신이 더 효율적으로 공유되고 전파될 수 있도록 7~8개 정도의 거점센터도 지정해 운영 중이다.

◇사회=기업 입장에서 보는 국내 공학교육 상황은 어떤가.

◇박경희 한국오라클 부사장=국내에서 반도체나 해운, 건축, 토목 등 다른 분야는 상대적으로 국가경쟁력이 높다. 하지만 소프트웨어(SW) 등 컴퓨터공학은 유독 그러지 못한데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사회 전반이 SW의 지식재산권을 인정하지 않고 무료로 사용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관련 서비스도 무료로 사용한다는 인식은 더 깊다. 이는 SW개발자나 기술서비스 엔지니어의 처우가 많이 부족한 현실로 이어진다. 각 기업 IT부서에서 컴퓨터공학 전공자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두 번째 이유는 대학의 현장 실습교육 부재다. 현재 너무 이론 중심적이다. 다양한 SW를 비교 분석하며 사용해 보고 대형 프로젝트를 함께 기획하고 진행하는 교육이 대학에서 이뤄져야 한다. 학생들이 실제로 많이 보고 직접 사용해봐야 그 중요성과 필요성을 깨닫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새로운 부분에 대한 창조능력이 생길 것이다. 또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해본 경험은 많은 인력의 분업작업으로 진행되는 기업형 SW 개발을 가능하게 한다. 큰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용 SW는 현재 대부분 외국계 제품에 의존하고 있다. 구매비용 외에도 매년 유지보수 비용에 별도의 기술서비스 비용까지 발생하는 산업이다. 국내 정부기관과 기업이 이를 비판만 할 게 아니라 비즈니스모델을 받아들이고 발전시켜야 우수 인재들이 컴퓨터공학으로 많이 유입될 것이다.

◇사회=데니스 홍 교수는 한국과 미국에서 대학 교육을 받아보고 이제는 미국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국내 교육 시스템과 해외를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나.

◇데니스 홍 UCLA 교수=최근 미국에서도 엔지니어가 손으로 직접 작업하는 일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 손으로 직접 만지고 머리로도 공부하는 ‘핸즈온 마인즈온’ 교육 바람이 일고 있다. 캡스톤디자인과 같은 다양한 실전형 교육 프로그램이 미국 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기업들이 이 프로젝트에 다 참여해 후원하고 기업 엔지니어 연계로 컨설팅 지원 등을 하는 것이다. 기업은 이를 통해 우수한 인재 영입도 하고 좋은 사업모델도 만드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학부 학생들이 큰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점도 다르다. 직접 손으로 만들고 SW를 짜면서 엔지니어에 대한 자부심과 동기를 갖게 된다. 실전 경험은 물론이고 우수 인재의 공과 대학원 진학과 산업 진출로 이어진다.

◇사회=국내 공학교육의 문제를 학교에서는 어디서부터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장동식=캡스톤디자인을 진행할 때 기업 참여가 좋다는 것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왜 잘 안되는지를 살펴보면 학교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바뀌어야 할 부분이 있다. 해당 기업에서 바로 채용하는 인재가 아니더라도 교육생태계 조성 차원에서 인턴제도 등 현장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해 줬으면 한다. 기업에 여러 번 요청해 봤지만 대부분 기업에 학교와 이야기하는 창구조차 없다. 학교와 지속 소통하며 각 실무부서와 협조해 연결해주는 시스템 구축이 안돼 있다.

◇정재훈=요즘 기업에서 대외적으로 관심 있는 것은 동반성장점수 등이다. 대부분 상생협력팀이 다 있다. 이 팀에서 대기업과 대학이 산학협력하는 부분을 지정해 주고 여기서 연구개발 부서와 연결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한다. 교수들도 기존 졸업생 중심의 인적 네트워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조금만 벗어나면 다양한 분야에서 더 큰 채널을 얻을 수 있다.

◇사회=글로벌 기업 혹은 산업계에서 원하는 특별한 기업 인재상이 있다면.

◇박경희=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인재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문제해결 능력과 문제해결을 위한 원만한 대인관계, 본사와 언어소통 능력을 갖춘 인재 수요가 높다. 일종이 소프트 스킬이지만 이런 능력을 골고루 갖춘 인재를 선호하는 편이다.

◇사회=스마트폰학과와 같은 응용학과가 대학에 많이 생겼다. 교수들 사이엔 일부 저항도 있다고 들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장동식=답이 정확히 내려지지 않는 문제다. 대학도 각자가 지향점이 다르고 특성이 있다. 다양성이 존재한다. 문제는 정책이 추진될 때 항상 전체에 다 적용하는 ‘만인의 룰’을 만들려 한다는 데 있다. 어느 한 곳이 잘한다고 똑같은 것을 다른 곳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 모든 대학을 다 대상으로 하는 대안은 없다.

◇한석수=장 교수 의견에 동의한다. 산업계가 자신에게 필요한 인재를 요구하는데 교육적으로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다. 대학이 기초교육 등 단단한 기반을 닦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는데 너무 실용적 교육만 해서는 안된다. 사실 일부 기업에서 필요한 부분은 자체적으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

◇정재훈=공학교육에 있어 응용학과를 독려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명칭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미국 워털루대학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등에서 직접 연계해 커리큘럼을 다 짠다. 그 곳 학생들은 본인만 원하면 다 채용이 된다. 하지만 학생들은 다양한 선택을 한다. 이렇게 산학과 직접 연계한 곳, 기초교육에 충실한 곳 등 다양성 있는 산학협력 시스템, 공학교육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사회=마지막으로 국내 공학교육의 혁신과 사회 분위기 전환을 위한 조언 한 마디씩 부탁한다.

◇데니스 홍=처음 ‘이공계 기피현상‘이라는 단어를 듣고 깜짝 놀랐다. 엔지니어라는 직업의 멋짐과 사회적 중요성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웠다. 사실 공학교육 그 이전에 초·중·고 학생들의 엔지니어에 대한 인식 부재부터 심각한 상황이다. 드라마와 같은 대중문화에도 엔지니어가 제대로 나온 적이 거의 없다. 학생들에게 롤모델이 될 수 있을 만한 엔지니어를 발굴해 사회를 바꿔나가는 일종의 ‘슈퍼히어로’로 부각할 필요가 있다.

◇정재훈=최근 방송국 드라마 작가와 PD를 초청해 중견기업 탐방을 한 적이 있다. 드라마에서도 중견기업의 실험실, 엔지니어가 제대로 묘사되면서 공학에 대한 이미지 개선이 이뤄져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공학교육은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는 공학도를 키우는 것이 아닌 인간을 고려하는 따뜻한 기술, 책임 있는 기술을 만드는 행복 디자이너를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장동식=공대가 산학협력만이 아니라 융합적 기술창업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같은 파이를 누가 더 많이 갖느냐로 싸우는 것보다 그 파이의 크기를 늘릴 필요가 있다. 교수들이 중심이 돼 기술력을 가진 학생들이 제대로 창업할 수 있도록 돕고 또 일자리 창출하면서 기술을 활용해 나가야 한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석수=공과대학 혁신방안 이행계획에 따라 세부적인 과제들이 추진될 예정이다. 특히 대학 교육과 연구 분야가 산업계와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그 속에서 마음껏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앞으로 공학인들이 창조경제의 아바타가 돼 주길 기대한다.

정리=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