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아틸라 더 실라
5
기다란 꼬리를 끌며 별이 떨어지고 있었다. 신라의 사람들은 급속도로 떨어지는 별의 출현에 별나게 소란스러웠다. 불현듯 두려움에 서로 달라붙은 채 하늘 길을 뚫고 달리는 별의 길을 주시했다. 옛부터 하늘에서 별이 떨어지는 것은 나라에 큰 일을 예견하는 것이기도 했다.
“왕이 죽는거 아닌가?”
“왕 눌지가 죽는다는거야? 어이구. 천기누설이네. 입다물어.”
“왕이 죽는다면 우리 신라는 당장 어떻게 되는건가? 쯧쯧.”
정답없는 역사의 느닷없는 방향에 모두 설왕설래였다. 갑자기 소란스러움이 사라졌다. 신라의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무리로 모여있던 사람들 가운데 조금씩 길이 나기 시작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길로 백발 노인이 걸어왔다. 모두 고개를 숙였다. 존경을 바쳤다. 신라에서 가장 연장자였다. 정확한 나이는 아무도 몰랐다. 한 할머니는 백발 노인의 바지가랑이를 잡으며 애걸했다.
“신라의 아들을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모두 할머니가 미쳤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백발 노인은 말이 없었다. 그는 지팡이에 의지하지는 않았다. 조금 힘들게 걷고 있을 뿐이었다. 백발 노인은 걸음을 멈추었고 신라의 사람들은 모두 그를 둘러쌌다. 백발 노인은 하늘을 보았다. 별은 아직도 떨어지고 있었다. 별의 마지막을 아직은 알지 못했다. 백발 노인은 살아있는 역사(歷史)였다.
“하늘이 기운이 달라졌습니다. 이는 무슨 의미입니까? 금금(金金)?”
백발 노인의 이름은 금금(gold)이었다.
“어떤 불운의 방식이 우리 신라에 닥치는겁니까?”
백발 노인은 하늘을 보던 눈길을 신라 사람들에게로 돌렸다. 그는 신라의 사람들을 어린아이 보듯 했다.
“신라의 아들이 떨어진다. 멀리서 온 왕이 죽는다.”
신라의 사람들은 저마다 탄식을 했고 울기까지 했다. 그들에게 왕의 존망은 그들의 존망과 다름없었다. 왕은 그들의 자존심을 상징했다.
“멀리서 온 왕이라면 누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백발 노인은 눈을 꾸욱 감고 있었다.
“박씨와 석씨가 왕이 된답니까?”
“신라 김씨는 멀리 북쪽에서 왔습니다. 흉노의 나라에서 왔습니다. 우리의 왕이 죽는겁니까?”
백발 노인은 눈을 꾸욱 누르듯 감고 있었다.
“신라가 멸망하는 것입니까?”
“그른 괘(卦)의 형국입니까?”
금금은 눈을 번뜩 떴다. 삶과 죽음의 무게가 고스란히 실린 눈의 정갈한 탐미였다.
“신라는 천년을 갈 것이고, 또 천 년을 갈 것이다. 또...”
신라의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다시 웅성거렸다.
“신라의 아들이 죽는데, 멀리서 온 왕이 죽는데 신라가 천년을 간다고?”
“무슨 말이지 모르겠네...변고야. 변고.”
금금은 다시 하늘을 쳐다보았다. 별의 기다란 꼬리가 불꽃으로 지나치게 타오르고 있었다. 댓잎파리들이 회오리로 싸돌아다니고 있었다. 신라의 사람들은 댓잎파리를 잡으려고 아우성이었다. 그들에게 댓이파리는 그들을 지켜줄 신라의 수호신이었다. 미추의 현현이었다.
미사흔은 황금 실타래가 자신을 감아올리는 것을 실감했다. 몸이 펄펄 끓어올랐다. 뜨거워졌다. 타버릴 듯 했다.
“에첼...”
아득했다. 순간, 저쪽에서 묘한 고양이 눈빛을 가진, 회색빛과 호박색빛의 눈동자를 가진 작고 단단한 체구의 그가 한혈마와 한 몸이 되어 있었다. 그간의 왜소한 신라의 역사를 뚫고 달려오고 있었다. 그가 높이 쳐들고 있는 황금보검은 역사 전체를 횃불로 부리나케 치솟고 있었다.
그가 미사흔을 향해 돌진했다. 무지막지 하게 닥쳐오는 그의 기세를 막을 수 없었다. 미사흔은 비명을 지를 새도 없었다. 그가 미사흔의 몸 속으로 덜컥 찢고 들어왔다.
“아악!”
미사흔의 몸뚱이는 활처럼 크게 휘더니 휘익 튕겨져나갔다. 그가 지니고 있는 황금보검은 커다란 불꽃으로 활활 타올랐다. 두 황금보검은 부딪혔다. 만났다. 그의 황금보검과 미사흔의 황금보검은 단 하나의 황금보검이 되었다, 단 하나의 역사가 되었다. 두 사람은 단 하나의 거대한 역사가 되었다.
에첼은 크게 튕겨져나간 미사흔을 찾았다. 미사흔은 꺼멓게 태버린 채 널부러져 있었다. 에첼은 무릎을 툭 꿇고 주저앉았다. 눈물을 뚝 흘렸다.
그는 황금보검을 그의 허리춤에 채웠다. 은제허리띠도 입혔다. 금귀고리와 곡옥, 녹색 유리구슬 눈의 금제 사자머리 형상 띠고리, 마구와 철제를 정돈했다. 그리고 그 자신도 그의 긴 칼을 단단히 차고 옆에 누웠다.
글 소설가 하지윤 lif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