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입지를 보면 `라인 경영`이 읽힌다

[이슈분석]입지를 보면 `라인 경영`이 읽힌다

기업의 입지를 분석하면 ‘라인’이 보인다. 사업장 입지 선택이 효율적 기업 경영의 첫 단추라는 의미다. ‘라인’을 잘 만든 기업이 이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이고 집약적인 경영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수도권 경부축’

삼성그룹의 수도권 주요 사업장인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과 서초동 삼성타운, 경기 수원시 소재 사업장은 남산1호터널, 한남대교, 경부고속도로로 이어지는 수도권 경부축을 중심으로 모여 있다. 이건희 회장 자택과 승지원이 있는 한남동도 있어 ‘삼성 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과거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태평로 시절 수원 사업장과의 먼 거리로 골머리를 앓았다. 정체가 잦은 남산1호터널 통과에만 1시간가량 걸리는 일도 비일비재해 업무 효율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 삼성전자 직원은 “2008년 서초동 이전 후 생산라인과 거리가 가까워져 이동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이 같은 라인 형성은 전략적이라는 평가다. 금융 계열사를 태평로에 집결시키고 수원에 전자 계열 생산기지를 모은 뒤 중앙인 서초동에 그룹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을 둔 구조는 중앙에서 그룹의 양대 축인 전자와 금융을 직접 관할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2호선 시청역과 강남역 역세권을 차지하는 입지도 주목할 요소다. 서울 강북과 강남의 중심역으로서 어디든 갈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울시가 추진 중인 신분당선 연장선(강남~동빙고~시청~경복궁~은평뉴타운)도 급행철도망으로 태평로, 한남동, 서초동, 수원을 잇게 돼 수도권 경부축을 차지한 삼성그룹의 황금라인을 완성한다.

◇LG그룹, ‘수도권 서부 삼각축’

LG그룹은 계열사 간 통합 업무공간 부족으로 서울에만 LG트윈타워, LG광화문빌딩, 서울스퀘어 등 3개의 주요 거점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를 철도망으로 20분 내에 이어 유기적인 연락체계를 갖춘 점이 특징이다. 마곡 LG사이언스파크가 1단계 완공을 하는 2017년부터는 ‘수도권 서부 삼각축’을 형성한다.

여의도 LG트윈타워는 LG광화문빌딩과 5호선 서대문역으로 연결되며 서울역 인근의 서울스퀘어와도 가깝다. LG사이언스파크는 5호선과 공항철도의 입지를 모두 누린다. 5호선 마곡역에서 LG트윈타워로 한 번에 이어지며 공항철도를 이용하면 서울역 서울스퀘어와 LG광화문빌딩을 쉽게 오갈 수 있다. 거리상으로는 분산된 형태지만 그룹의 4대 핵심 거점이 고속 교통망을 이용해 20분 내에 묶인 형태다.

이외에도 전략적인 기업 입지는 임직원 통근거리 단축에도 기여한다. 한 LG전자 직원은 “5호선 라인에 LG그룹 주요 사업장이 모여 있다 보니 열차 내에서 출입증, 휴대전화 보안 스티커를 많이 보게 된다”며 “서울 거주 임직원들이 이사를 고려할 때 1순위로 삼는 점이 5호선 역세권 여부”라고 전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