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시작한 2호선 강남라인은 롯데그룹(2016년)과 현대·기아자동차그룹(2022년)으로 확장되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구상하는 각종 개발 호재도 이들을 뒷받침한다. 과거 테헤란로(강남역~삼성역, 강남·서초구) 중심의 ‘2호선 강남 호재’가 올림픽로(종합운동장역~잠실역, 송파구)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기업은 강남만이 갖고 있는 입지의 강점을 누리고, 지역은 기업이 일으키는 경제효과로 상생하며 긍정적 효과를 공유하고 있다.
◇송파구, 롯데와 삼성SDS 맞아 ‘떠오르는 강남’ 상징으로
‘강남라인 확장’의 최대 수혜지는 송파구다. 올해 롯데월드몰과 삼성SDS 본사가 잇따라 잠실에 터를 잡으며 ‘강남 3구의 베드타운’ 이미지를 벗었다. 신 강남시대의 시작점인 잠실역은 ‘롯데역’이라 불려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롯데그룹의 강력한 의지와 ‘잠실관광특구’를 앞세운 지자체의 지원에 힘입어 ‘천지개벽’했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롯데가 잠실에 공을 들인 이유는 ‘천혜의 입지’다. 송파구 인구는 67만명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제일 많다. 잠실역 반경 5㎞내 강동·광진·성동구의 120만명까지 더하면 약 200만명의 배후 소비인구를 두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2호선으로 직접 접속되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에 송파대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올림픽대로 등과 직접 접속되는 교통망은 ‘지역 랜드마크’가 아닌 ‘내셔널(국가적) 랜드마크’로서 잠실의 가능을 보여준다.
‘롯데 효과’는 롯데월드몰 개장 두 달 여를 맞아 가시화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국내 대표 유통 기업으로서 세계적 수준의 복합 쇼핑몰 보유로 미래 성장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소비 기반이 마련된 잠실에 백화점, 할인매장, 면세점 등 롯데의 유통 자산을 한데 모아 ‘롯데’ 브랜드의 시너지도 기대한다.
롯데 관계자는 “최고의 상품을 최고의 공간에서 유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통 입장에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롯데월드몰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3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2016년 예정된 555m 롯데월드타워 개장 이후에는 7조원까지 불어날 예정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송파구 지역경제도 반색하고 있다. 오륜동에 사는 김보성(26)씨는 “예전의 잠실은 교통만 좋았을 뿐 머무르는 곳은 아니었다”며 “롯데월드몰 개장 후 잠실이 ‘약속 잡는 곳’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러버덕 효과’가 대표 사례다. 롯데월드몰이 주차 사전 예약제 등 강도 높은 규제책에도 ‘러버덕’ 관람객 500만명을 끌어모은 힘은 2호선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송파구 관계자는 “러버덕이 기대 이상으로 큰 흥행을 이끌었지만 2호선 덕에 교통난은 없었다”며 “인근 시장 매출이 50% 정도 오르는 등 지역경제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송파구는 지난 8월 잠실에 통합사옥을 마련한 삼성SDS의 호재까지 더해 반색하고 있다. 기업 고객이 많은 특성상 잠실은 2호선으로 30분 내 서울 도심과 강남을 오갈 수 있어 고객 관리에 최적의 입지다. 지역으로서도 삼성SDS는 효자다. 지역 전통시장에 디지털 사이니지를 마련해 ICT와 접목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동참하는 등 송파구는 SDS 효과를 누리고 있다.
◇강남구, 현대차+GTX+종합운동장 복합호재 기대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한국전력 부지 ‘10조 베팅’은 2호선 삼성역 역세권의 미래를 내다 본 투자의 성격이 짙다. 강남구도 테헤란로 양 끝(강남역, 삼성역)을 중심으로 도시 계획을 재편하는 모습이다. 내수소비 중심의 강남역 역세권과 달리 삼성역 역세권은 국제적 MICE(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산업 중심지로 키우는 밑그림도 나왔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그룹 통합 업무공간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와 자동차 복합 테마파크 ‘한국판 아우토슈타트’ 카드를 자신있게 꺼내든 이유다.
현대·기아차그룹이 삼성역 역세권에 정성을 들이는 이유는 통합 사옥을 통한 업무의 효율성뿐만 아니라 인프라면에서 세계적 수준의 상업 업무지구 후광을 등에 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코엑스의 컨벤션 기능과 복합 상업공간, 도심공항터미널을 위시한 국제교통, 풍부한 호텔 공급, 지하철 2호선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여기에 서울시가 지난 4월 추진을 발표한 ‘국제교류복합지구’는 삼성동의 미래 가치를 끌어올린다. 서울시는 향후 삼성동 일대를 잠실 서울종합운동장과 묶어 MICE 산업 중심의 복합지구로 꾸밀 예정이다. 종합운동장은 스포츠·문화·엔터테인먼트가 어우러진 복합 시설로 거듭나고 영동대로 지하를 고속철도(KTX),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남부급행철도, 2호선, 9호선 등이 엮인 복합환승센터로 조성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같은 청사진이 완성되면 삼성동은 현대·기아차 GBC에서만 연 1조3000억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입을 전망이다. 연간 10만명에 달할 해외 인사의 GBC 방문, 자동차 테마파크와 연계된 복합 상권화도 기대된다. 서울시도 종합운동장 내 올림픽스타디움과 야구장의 현대화, 수영장 신축을 통한 공연장 등 복합 기능화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역이 현재 규모만으로 일일 승하차수 10만명의 거대 역이 된 점을 감안하면 현대·기아차그룹은 삼성역 역세권의 미래를 내다본 큰 투자에 나선 셈이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