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주목되는 점은 김재열 사장의 제일기획행이다. 예년과 달리 오너가 인사들의 인사가 없었던 점에서 아내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의 친정체제 구축과 스포츠 마케팅 역량 강화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고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차남이자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의 동생인 김 사장은 삼성 내 대표적 ‘스포츠통’이다. 2000년 이 사장과 결혼한 뒤 2002년 제일기획 상무보로 삼성 생활을 시작했다.
2011년 빙상연맹 회장에 취임했으며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부위원장, 소치 동계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장 등을 거치며 동계 스포츠 저변 확대에 노력했다. 지난달에는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아시아올림픽평의회 조정위원으로 피선됐다. 스포츠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아마추어레슬링 협회장,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활동한 이건희 회장의 뒤를 따랐다는 평이다. 빙상연맹 회장으로서 비인기 종목이었던 빙상을 세계적 반열에 올려놓고 올 초 불거진 안현수 귀화발 파벌논란을 조기에 수습하면서 리더십도 인정받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향후 김 사장이 삼성 스포츠 마케팅 사업 컨트롤 타워를 맡는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사장 등 그간 오너가 인사들의 인사는 3세 승계 방향을 결정짓는 신호탄이었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2001년 상무보로, 이부진 사장이 2001년 호텔신라 부장과 2004년 상무보로 각각 삼성전자와 호텔신라 경영수업을 시작했으며 이서현 사장도 2005년 제일모직 상무로 승계의 첫 발을 뗀 바 있다.
이에 따라 김 사장의 제일기획행은 지난달 26일 삼성전자의 제일기획 자사주 매입과 함께 매끄러운 3세 승계를 위한 발판이라는 관측이다. 제일기획(이서현 사장)의 장기적인 복합 마케팅·미디어 전문기업화를 위한 삼성전자(이재용 부회장)의 지원이라는 의미다.
△1968년생(46세), 미국 웨슬리언대 국제정치학 학사,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정치학 석사, 미국 스탠포드대 MBA.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