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발광다이오드(LED) 산업이 중국발 리스크로 최대 위기에 봉착하면서 대기업들의 수직계열화 전략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불과 3~4 년 전만 하더라도 최적의 원가 구조를 확보할 수 있는 수직계열화 전략이 경쟁력 확보에 필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지만 최근 이러한 구조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중국의 공룡 업체에서 성능 좋은 LED 패키지들이 저가에 쏟아져 나오면서 수직계열화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없어졌다는 점 때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LG이노텍·서울반도체 등 최근 국내 대기업 LED 패키지 업체들이 수직계열화 전략을 일부 수정하는 등의 사업 재편을 고심 중이다. 특정 사업 부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둬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년째 시황이 좋지 않아 국내에선 만들면 만들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라며 “국내 대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신규 장비 투자를 하지 못하면서 원가경쟁력에서도 뒤처져 새로운 사업 전략이 필요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금호전기는 자회사인 더리즈와 함께 보유하고 있던 200억원대의 LED 에피·칩 생산설비 일체를 일진LED에 현물출자 방식으로 넘겼다. SKC라이팅도 물량 대부분을 중국 협력사에 아웃소싱하는 형태로 전략을 바꿨다. 이 회사 역시 LED용 사파이어 기판을 자체 생산하는 것도 검토했으나 글로벌 경쟁이 심하고 초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 포기했다. 결국 범용 LED 시장에선 자체 생산을 통해 수익을 내기 힘들다고 판단, 디자인 차별화를 통해 틈새 LED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처럼 국내에서 수직계열화의 ‘역효과’가 대두되기 시작한 데는 LED 제조의 핵심 장비인 유기화학금속증착장비(MOCVD)의 가격이 급속도로 떨어지면서 ‘대용량화’됐기 때문이다. 비코·엑시트론과 같은 글로벌 MOCVD 제조업체는 매년 장비 용량이 두 배 이상 커지고 있다.
연말 양산에 들어가는 MOCVD는 4인치 기준으로 31장의 웨이퍼 로딩이 가능하다. 2인치 기준으로는 120장이 넘는다. 즉, 고가의 MOCVD에 지속적으로 투자하지 않으면 원가경쟁력 부문에서 바로 도태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LG이노텍은 지난 3~4년간 신규 MOCVD 장비 투자가 전혀 없었다. 반면에 중국은 정부 지원금을 받아 최신 설비 투자에 지속적으로 나서 보다 자동화된 대규모 라인으로 제조단가를 계속해서 낮추고 있다.
이와 함께 LED 제품이 보편화되면서 성능 또한 선두업체와 후발업체간 차이가 없어졌다. 굳이 수직계열화를 통해 기술적인 보안을 유지할 필요도 없어진 셈이다.
업계 전문가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만들 수 있는 제품보다 뛰어난 제품들을 시장에서 더 싸고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서울반도체, LG이노텍 등 대기업들이 외부에서 칩을 구매해 사용하는 것도 단순히 단가가 낮아서만이 아니라 성능적인 면에서도 자작 대비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내 LED 산업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중국처럼 덩치를 키우기 보다는 다양한 신규 시장을 향한 기술 경쟁력을 준비해나가는 데 보다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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