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10만대 전자책 단말기 시장에 불똥

지난달 21일 시행된 도서정가제가 전자책 단말기 업계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단말기 시장 확대를 위해 유통업계가 마케팅 수단으로 전자책 안에 담아주던 문학전집류 제공이 중단됐다.

도서정가제 시행 직후 예스24는 전자책 단말기 ‘크레마 원’의 스페셜 에디션 판매를 중단했다. 예스24는 도서정가제 개정안 시행 이전에 단말기인 크레마 원을 사는 고객에게 세계문학전집 155권(94만9000원 상당) 등을 무료로 제공했다. 스페셜 에디션 도서로는 세계문학전집 155권, 경제경영 베스트 에디션 19권, 신의 물방울·미스터 초밥왕 63권 등이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판촉 행위가 도서정가제 법에 걸릴까 잠정 중단한 상태다.

대신 예스24는 문학전집류를 빼고 자사 상품권 10만원권을 제공하고 있다. 예스24 관계자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어 스페셜 에디션은 판매를 중단했다”며 “상품권 판촉은 책이 아니기 때문에 도서정가제에 걸리지 않아 이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다른 전자책 유통업계 관계자는 “단말기에 넣어서 할인하는 것도 안 되고, 전자책 세트 판매하던 것도 안 되고 쿠폰할인도 안 돼 단말기 시장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전자책 단말기 양대산맥은 교보문고의 ‘샘’과 한국이퍼브의 ‘크레마’로 나뉜다. 한국이퍼브의 크레마는 e잉크 단말기인 ‘크레마 샤인’과 컬러 태블릿 단말기인 ‘크레마 원’으로 분류된다. 크레마 원은 기기 관리·OS 업그레이드 등의 관리 이슈로 현재 예스24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단말기 시장은 협소한 수준이다. 지난해 2월 출시됐던 교보문고의 샘은 누적 판매량 5만대를 넘었다. 한국이퍼브의 크레마 시리즈(터치, 샤인, 원)는 6만대를 돌파했다. 총 10만대가 조금 웃도는 수준의 시장이다. 반면 2007년 출시된 미국 아마존의 킨들은 2012년에만 누적 출하량이 700만대를 넘었다. 국내 시장이 워낙 작다보니 업계는 단말기 사업으로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업그레이드 모델 출시 계획을 미루고 있다.

반면 ‘앱북’과 전자책 대여·연재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 기기에서 ‘앱’을 다운받으면 살림지식총서 등 문학전집 등을 볼 수 있는 앱북은 콘텐츠 제공자인 출판사에서 도서와 콘텐츠 둘 중 하나로 지정할 수 있다. 전자책을 도서로 지정하면 ISBN(국제표준도서번호)을 발급받고 10% 면세를 받을 수 있지만, 도서정가제의 영향을 받는다. 반면 이를 콘텐츠로 지정하면 면세혜택은 받을 수 없지만 정액제 모델 등을 도입해 판매할 수 있다. ‘책’의 형태를 탈피한 게시판 연재 형식의 전자책 시장도 도서정가제의 그늘을 피해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전자책에 관련해서 시행령 해석이 아직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에디션 판매 등은 업계와 정부가 같이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