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앞두고 환경부가 최종 업체별 할당량을 발표하자 전경련을 비롯한 재계가 우려를 표명했다. 환경부가 발표한 1차 계획기간 할당량 15억9800만톤은 대상 업체들이 신청한 20억2100만톤 대비 4억2300만톤(20.9%)이 부족해 12조7000억원 이상의 과징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경제계는 배출권거래제 시행이 과도한 부담이라며 기업 경영 환경을 악화시키지 않는 현실적인 방안 강구를 촉구했다. 국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를 재검증해 배출권 할당 계획을 수정하고, 배출권 기준 가격을 낮추는 등 방안을 요구했다. 특히 국제사회에 공표한 2020년 BAU 대비 30%라는 중기 감축 목표 달성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제계의 의견은 당장 내년 제도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가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이다. BAU 재검증·재산정은 1년이 넘는 오랜 시일이 소요될 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과 감축 목표의 기준이 바뀌게 돼 사실상 모든 온실가스 관련 정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말과 같다. 그렇게 되면 오는 2017년에야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할 수 있다.
2020년 중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목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섣부른 감이 있다. 강력한 온실가스감축 수단인 목표관리제와 배출권거래제의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2012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해서 2020년 감축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단정할 수 없다. 적어도 2015년 데이터까지는 확인해야 목표 달성 가부 여부를 평가할 수 있다.
배출권거래제 등 온실가스 감축을 독려하는 정부와 현실을 감안해 무리라며 반대하는 경제계와의 견해 차이는 벌써 5년째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제도 시행을 불과 한 달 남겨놓은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은 ‘시행해라’ ‘불가능하다’라는 원론적인 논쟁은 그칠 때다. 정부는 경제계가 밝힌 내용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경제계는 내년부터 시행될 배출권거래제를 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서로 머리를 맞댈 타이밍이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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