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윤 작가의 아틸라, The 신라 제79회

하지윤 작가의 아틸라, The 신라 제79회

11. 아틸라 더 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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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金 Hun)은 발굴 현장에서 자신의 심장이 말발굽 소리를 내며 뛰는걸 감당할 수가 없었다. 고고학자로서 일생일대의 발굴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이 발굴은 그저 먼 조상에 불과했을 아틸라의 느닷없는 정당성(正當性)이었다. 계림 14호 분묘는 그랬다.

수많은 꿈에서 본 ‘떨어지는 별’은 그저 흔한 꿈의 별이 아니었다. 유달리 타는듯한 불꽃의 눈빛을 부라리며 달려드는 한 남자가 일순 ‘떨어지는 별’이 되어 곤두박질 치곤 했다. 그는 흠칫 깨어버려 그 꿈의 ‘떨어지는 별’에 맞서고자 했다.

경주시 대릉원(大陵苑) 동쪽으로 신라의 미추왕릉 근처에서 돌무지덧널 무덤이 발견된 것이다. 수십 기의 무덤 가운데 유달리 비밀스러웠던 무덤 속에 두 남자가 누워있었다. 두 남자는 합장되어 있었다. 남자와 여자도 아닌 두 남자의 합장이었다. 김훈은 두 손이 없는 오른쪽 남자에 비해 한 손이 없는 작은 키의 남자가 차고 있는 은제허리띠 아래에서 보았다. 그것을 보았다.

“이건 신라의 검이 아니야.”

김훈은 꿈 속에 억눌려있던 진실을 외쳤다. 주위에 있던 연구원들이 우루루 모여들었다. 그들의 눈빛도 그것 마냥 타오르고 있었다.

“아, 황금보검이다. 이건 바로 그 검이다.”

모두 일체의 살기(殺氣)도 없는, 일체의 정치적 배경도 없는, 무수한 아름다움의 전설과 진실을 마주하고 있었다.

“눌지가 받았다는 바로 그 검이다. 전설이 아니었어. 전설이 아니었어!”

“아, 아틸라...”

김훈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신라의 검은 한쪽에만 날이 있었다. 황금보검의 황금으로 장식된 칼집 안에는 길이 18센티 정도의 철검이 숨겨져 있었고, 철검은 양날이었다. 불타는 붉은빛깔의 석류석과 새벽녘 푸르른 로만글라스를 금판에 박은 황금보검은 지극한 탐미에 도달해있었다. 완벽(完璧)이었다. 역사의 별과 별의 아수라를 건너온 황금보검은 이렇게 신랄하게 아름다웠다.

“아틸라는 벌써 와있었던거야. 그는 유럽에서 죽었지만 죽은 것이 아니다. 이제 깨어난 것이다.”

에첼이 아틸라의 막사에 도착했다. 그녀가 이제야 몸을 일으켰다. 초월이었다. 막사를 지키던 호위병들은 에첼을 막아섰다.

“아틸라 제왕님을 확인하라.”

그러나 호위병들은 에첼을 밀쳤다. 미련하게 건방졌다. 그때 에르낙이 나타났다.

“에첼, 언제 왔는가?”

“아...”

에첼은 에르낙의 품에 안겨 펑펑 울었다. 그간의 기나긴 여정이 흔들리는 꿈처럼 아팠다.

“황금보검은?”

에첼은 울면서 고개를 저었다.

“황금보검의 실체를 가져오지 못했구나.”

에르낙은 불안할 표정으로 급하게 아틸라의 막사를 들어갔다. 에첼도 따랐다. 두 사람이 막사로 들어간 이후, 막사는 단단히 닫혔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졌다. 어디선가 훈의 전사들이 본 적 없는 댓잎파리들이 까맣게 몰려들었다. 세상이 온통 댓잎파리였다. 댓잎파리들은 아틸라의 막사를 꽁꽁 에워쌌다. 훈의 전사들은 모두 몰려나와 아틸라의 막사 앞에 몰려들었다. 그들은 이제 뻔뻔하지도 위험하지도 않았다. 불순하지도 용맹하지도 않았다. 아틸라 없는 그들은 하나 둘 무릎을 툭툭 꿇으며 고개를 떨구었다.

“아, 아틸라...”

“신의 징벌...”

“제왕...”

“로마의 지배자...”

“지상의 정복자...”

그들의 마지막 인사는 끝도 없는 가장 위대한 전설이었다.

글 소설가 하지윤 lif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