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겠다.”
지난 1일 인사로 새 식구를 맞은 삼성그룹 사장단이 ‘2015년 체제’의 막을 열었다. 사장단은 신임 사장들과 상견례를 갖고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승진과 함께 삼성전기의 수장이 된 이윤태 사장은 이날 오전 6시 5분께 제일 먼저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빌딩에 발을 디뎠다. 첫 사장단 회의 참석으로 약간 긴장한 듯 했지만 회의를 마치고 삼성전기의 경영악화 타개 방안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열심히 하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이어서 출근한 조남성 삼성SDI 사장도 단독 대표이사 체제를 이끌게 된 데 대해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장)은 7시 10분께 환한 미소로 출근했으며 20분 뒤 전영현 삼성전자 사장(메모리사업부장)도 서둘러 회의장으로 향했다. 육현표 에스원 사장과, 삼성BP화학 대표이사에 선임된 상영조 부사장도 제때 서초동에 도착했다.
선배 사장들의 기대도 엿볼 수 있었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은 사장단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분위기는 평소와 같았다”며 “후배 사장들이 있으니 좋다”고 말했다. 자신의 VD사업부장 후임으로서 삼성전자 TV의 9년 연속 세계 1등 기록을 이어간 김현석 사장에 대한 신뢰가 읽히는 대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9시 10분 삼성전자빌딩에 도착해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사장단과 인사를 나눴다. 김석 삼성사회공헌위원회 사장 등과 악수하며 자신이 설계한 새 체제 출범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긴장감도 엿보였다.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은 “엄중한 상황”이라며 사내외 환경을 진단했고 김현석 사장도 내년도 사업 계획에 대해 “벌써 얘기하면 재미없다”며 말을 아꼈다.
윤부근 사장은 일각에서 제기된 세트부문 통합 수장을 맡는다는 설에 대해 “능력이 돼야지”라는 말로 일축했다. 내년도 TV와 생활가전 세계 1등 수성에는 밝은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며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준 삼성 커뮤니케이션 팀장(전무)은 회의 후 가진 브리핑에서 “앉은 순서에 따라 김현석, 전영현, 이윤태, 상영조, 육현표 대표이사 순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그룹은 4일 임원 인사를, 다음 주 조직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준 팀장이 “확정된 건 없다”고 밝힌 가운데 업계에서는 악화된 실적에 따라 승진자가 예년에 비해 다소 줄 것으로 전망한다. 5일에는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시상식이 열리며 와병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대신해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행사를 주관한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