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1조7000억원을 투입해 오는 2020년까지 전국 2194만 가구에 구축키로 한 스마트그리드 원격검침인프라(AMI) 사업이 결국 기간 내 목표를 채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올해 계획된 230만호 AMI 구축 사업을 내년으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AMI 핵심 부품인 한국형 전력선통신(PLC) 성능 부족과 2013년도 사업(200만호)의 구축 계획 지연이 주된 이유다.
당초 한전은 지난 2010년부터 매년 200만~250만 가구에 AMI를 보급하기로 했지만, 한국형 PLC 성능 미비와 입찰 과실, 특허권 논쟁 등에 휘말리면서 현재 보급 실적은 200만호에도 못 미친다. 계획대로라면 올해까지 총 1000만 가구에 설치를 완료해야 하지만 현재 20% 수준이다. 2020년까지 5년 내 2000만가구 구축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사업 첫해인 2010년 사업(50만호)은 한전이 표준에 위배된 부품을 적용하면서 중단됐다. 이후 2년 만에 재개된 2012년 사업마저 입찰 과정에 과실이 들어나면서 또 다시 중단됐다. 모두 감사원 감사까지 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2000년부터 정부 예산으로 한국형 PLC 개발에 참여한 젤라인이 2013년도 사업에 선정된 업체를 대상으로 PLC 특허권 침해 민원을 제기해 또 다시 지연됐다. 여기에 최근에는 지중 환경에서 한국형PLC의 통신 성능 저하 현상이 발생하면서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한전은 기술과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한전은 내년 상반기까지 한국형 PLC의 통신 성능 구현이 어려웠던 지중과 농어촌 등 음영 지역에 다른 유·무선 통신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이달부터 LTE와 지그비를 포함해 국제 표준의 G3·프라임(PRIME)·HPGP(Homeplus Green Phy) 등을 채택한 테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최적화된 통신 솔루션을 정해 사업의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한전 관계자는 “2013년도 200만호 구축 사업은 전력계통까지 연결한 완성도가 현재 50% 수준”이라며 “전년 사업 지연과 지중 통신 문제 해결을 위해 연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표】한국전력 원격검침인프라(AMI) 사업 진행 현황>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